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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당을 떠나시는 문병호 선배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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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당을 떠나시는 문병호 선배께

입력
2015.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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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국회의원이 지난 9일 광주 남구 프라도호텔에서 기자 조찬모임을 갖고 새정치연합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국회의원이 지난 9일 광주 남구 프라도호텔에서 기자 조찬모임을 갖고 새정치연합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선배 저 상준입니다. 보통 정치부 기자들이 학연이나 지연 없어도 국회의원들에게 ‘선배’ 라는 호칭을 쓰곤 하죠. 하지만 선배는 제 고교 선배이시니까 선배라고 불러도 언제나 부담 없어 좋았습니다. 11년 전 정치부 막내 기자로 국회에 처음 왔을 때 고교 선배가 의원으로 계신다는 소식에 너무 반갑고 뿌듯했습니다. 그 해 가을 제 결혼식까지 오셔서 축하해 주신 선배의 살가움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얼마 후 제가 다른 출입처로 옮기고서도 선배 관련 뉴스는 종종 챙겨보며 가끔 응원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 초 10년 만에 다시 국회 출입기자로 돌아왔을 때에도 가장 먼저 선배에게 연락을 드렸었죠.

제 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란스러움이 커질 수록 선배는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의원 중 한 분이셨습니다. 당내 비주류 의원 중 기자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해주셨으니까요. 주로 문재인 대표에 대한 비판이었죠. 정치부 기자 일이 화합보다는 권력이라는 목표를 향해 서로 으르릉거리는 갈등을 잘 다뤄야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보니, 대표에게 날을 세우는 선배가 도드라지신 거겠죠. 시간이 갈수록 선배는 칼날을 벼리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집모’에 이어 ‘2020’ ‘구당모임’ 등 더 많은 비주류 모임에서 선배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심지어 두 달 전쯤 “친노가 어떻게든 힘을 가질 이 당에서 100석을 갖느니 차라리 친노와 비노가 나눠진 뒤 (합쳐서) 80석을 갖는 게 낫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죠. 의석 수가 줄더라도 당을 쪼개는 게 낫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라 꽤 놀랐습니다.

요즘 안철수 의원 탈당을 전후로 모든 언론이 선배의 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배께서 “탈당자 10명”이라면 10명, “30명”이라면 30명으로 씁니다. 그런데 안 의원이 진짜 탈당을 하고 이제 선배도 곧 탈당 선언을 하신다고 했으니 더 바빠지시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꼭 여쭙고 싶습니다. 왜 탈당을 선택하신 건지요. 인터뷰 마다 “새정치연합과 같이 분열되고 지리멸렬한 야당을 가지고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서 다시 총선 승리를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거나 “원래 국회의원이 처음 됐을 때부터 새정치를 하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새정치’ ‘새로운 흐름’ 등은 선배에 앞서 당을 떠난 분들 대부분이 자신의 선택은 꼭 필요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꺼냈던 단어들 입니다. 정말로 많은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선배가 당헌ㆍ당규로 결정된 혁신안에 따른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고, 내년 공천을 좀 더 쉽게 받기 위한 선택을 하시는 것 아닐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출입기자로서 10개 월 정도 봐 온 새정치연합은 허점투성이입니다. 당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가장 큰 책임은 당을 이끌어 온 대표에게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이 단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봐야 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당에 오고서부터 거의 모든 사안마다 ‘친노 대 비노’ ‘주류 대 비주류’의 갈등과 대립만 있었습니다. 딱 뭉쳐서 정부, 여당을 향해 시원하게 싸워본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난 비주류니까 내 일이 아니야’ 라는 생각들이 강한 것 같더군요. 그럴 때마다 선배도 어디서 뭘 하고 계시는지 궁금했습니다. 국가정보원 해킹 이슈에서만 모습을 보이셨을 뿐 그 어떤 현장에서도 선배가 정부, 여당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한 야당 의원이 아닌 당내에서 주류에 맞선 야당의 야당 의원으로 안주하려 하신 것 아닙니까. 탈당에 앞서 사과 한 마디는 하실 거라 믿습니다.

이제 당을 떠나 또 다른 정치 인생을 시작하려는 선배께 응원을 드려도 모자랄 판에 마음만 무겁게 해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뜻하시는 ‘새정치’ 꼭 이루시길 바라며 추운 겨울 잘 견뎌 내시길 빕니다.

박상준 정치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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