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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의 진화.. 습작 꼬리표 떼고 상업영화 씨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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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의 진화.. 습작 꼬리표 떼고 상업영화 씨앗으로

입력
2015.12.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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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개봉 ‘나를 잊지 말아요’

같은 이름 짧은 영화로 먼저 제작

장편에 앞서 선봬 투자 이끌어내

한국보다 먼저 미국서 나타난 경향

올해 다양성 영화 1위 위플래쉬

18분짜리 먼저 만들어 선댄스 수상

멜로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동명 단편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CJ E&M 제공
멜로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동명 단편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CJ E&M 제공

내년 1월 7일 개봉 예정인 충무로 멜로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동명의 단편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0년 감초배우로 이름 높은 김정태가 주연한 25분짜리 영화가 부모 격이다. 교통사고로 지난 10년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 석원(정우성)과 진영(김하늘)의 사랑이 이야기의 줄기를 이룬다. 단편과 장편 모두 이윤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한 관계자는 “이 감독이 장편영화로 만들고 싶어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나 투자가 여의치 않자 투자자와 제작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단편영화를 먼저 만들었다”고 밝혔다. 단편 ‘나를 잊지 말아요’는 일종의 예고편인 셈이다. 이 감독은 CJ E&M이 투자에 나서기 전까지는 크라우딩 펀딩으로 장편 제작비 3,000만원 가량을 모았었다.

단편영화가 장편영화로 진화하고 있다. 습작 단편으로 신인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기능을 넘어서 장편영화 제작의 씨앗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단편영화를 밑그림 삼아 장편을 제작하는 경향이 충무로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영화 '위플래쉬'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장편영화 제작비를 투자받기 위해 먼저 만든 동명 단편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에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영화 '위플래쉬'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장편영화 제작비를 투자받기 위해 먼저 만든 동명 단편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에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영화 ‘위플래쉬’가 꼭 그랬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당초 장편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체험담을 품은 ‘위플래쉬’의 시나리오를 썼다. 위압으로 음악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와 광기로 맞서는 한 학생의 사연을 담은 시나리오에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러자 차젤레 감독은 시제품 격으로 18분짜리 단편을 만들어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 출품,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중견영화사 볼드필름의 330만달러 투자도 더불어 따라왔다. 결과는 창대했다. 전 세계 극장에서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4,9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한국에서도 158만8,234명이 보며 올해 다양성영화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제87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편집상 등 3개 부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제작 과정만 보면 ‘나를 잊지 말아요’는 한국판 ‘위플래쉬’인 셈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단편 영화 '열두번째 보조사제'를 밑그림으로 만들어졌다. CJ E&M 제공
영화 '검은 사제들'은 단편 영화 '열두번째 보조사제'를 밑그림으로 만들어졌다. CJ E&M 제공

지난달 개봉해 13일까지 539만1,358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찾은 영화 ‘검은 사제들’도 단편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장재현 감독이 지난해 선보인 ‘열두번째 사제’가 밑그림이 됐다. 단편을 보고 연출 능력을 높이 산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가 장 감독과 손을 잡으며 장편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구마의식을 관객들이 어찌 받아들일까 알고 싶어서 장 감독이 단편영화를 먼저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개봉한 ‘스피드’(감독 이상우)도 이상우 감독이 전주국제영화제가 기획한 ‘삼인삼색 프로젝트’용으로 만든 단편영화 ‘비상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서 단편이 장편으로 변신한 사례는 꽤 있으나 동일한 촬영물을 재편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민규동 감독은 옴니버스영화 ‘오감도’(2009)에 들어간 단편 ‘끝과 시작’을 재편집해 2013년 동명의 장편영화를 개봉했다. 이제 단편영화는 습작용이나 독립영화의 한 진영이 아니라 충무로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인식되고 있다. 지세연 아시아나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국내 단편영화의 장르화와 상업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며 “단편영화를 상업영화 진출 통로로 생각하는 경향이 확실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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