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돼 달라며 내연녀에게 아파트를 사준 뒤 이별을 당한 남성이 “집값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절반을 돌려받게 됐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 이승영)는 A(54)씨가 전 내연녀 B(36)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B씨는 1억7,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아내와 별거하던 2008년 유흥주점 종업원 B씨를 만났다. 그는 “매달 400만원을 줄 테니 연인으로 지내자”고 제안, 2011년 1월까지 1억2,000만원을 주며 B씨의 마음을 샀다. 제네시스 승용차와 밍크코트, 1,0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도 바쳤다. 그 사이 A씨는 지방으로 업무상 발령이 났고, B씨에게 함께 살자며 2010년 12월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B씨 명의로 계약했다. 하지만 이듬해 8월 B씨의 거부로 둘의 관계는 깨졌다.
이후 A씨는 “아파트 문에 꽃뱀이라 쓰고, 네 부모에게 알리겠다”며 아파트 대금의 절반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B씨가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면서 급기야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파트에서 살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는 수 차례 아파트 구입대금 절반을 돌려준다고 약속했다”며 “불륜 관계를 맺을 목적으로 건넨 돈이라도 반환 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밝혔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혼인 관계를 전제로 아파트를 사줬다는 A씨의 주장(약혼해제를 원인으로 하는 원상회복 청구)에 대해선 “당시 본처와 법률혼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18살 어린 접객원을 만난 정황을 보면 혼인을 조건으로 아파트를 사준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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