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소득 심사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수도권에선 내년 2월, 비수도권에선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빚 갚을 능력을 제대로 심사하고 처음부터 나눠 갚기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 대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은행권에서 주택을 담보로 돈 빌리기가 한층 까다로워져 올 들어 활황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소득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체감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 기자실에서 가계부채 대응방향과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 라인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은행권, "갚을 능력 중점적으로 확인하겠다"
전국은행연합회는 대출구조를 처음부터 나눠 갚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수도권은 내년 2월 1일, 비수도권은 내년 5월 2일부터 적용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구체화한 후속조처로, 실제 은행권이 현장에서 참고하는 업무지침서 성격을 띤다.
가이드라인은 담보능력 심사 위주였던 기존 은행권 대출심사를 소득에 연계한 상환능력 심사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뀌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았다.
한 마디로 차주의 '갚을 능력'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을 보면 은행은 우선 채무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모든 주택대출 신청자를 상대로 소득을 면밀히 파악한다.
소득증빙은 원천징수영수증(근로소득), 소득금액증명원(사업소득) 등 객관성이 있는 증빙소득을 제출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증빙소득으로 확인이 어려울 경우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소득(인정소득)이나 신용카드 사용액, 매출액 등으로 추정한 소득(신고소득)을 활용하도록 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은 최저생계비를 소득자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최저생계비는 집단대출, 소액대출(3,000만원 이하)에 한해 영업점장 관리하에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주택구입자금을 위한 대출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갚는 방식(비거치식 분할상환)만 가능해진다.
▲ 전문가, "주택거래 위축 불가피 할 듯"
이 대책이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는 적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당수의 주택 구입자들이 3년 정도의 거치기간을 두고 주택을 매입해 왔는데 앞으로 거치 기간이 1년 이내로 줄어들고 곧바로 원리금 상환에 들어갈 경우 초기 자금 부담이 커져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이자만 내는 3년의 거치기간이 그동안 원금을 마련하거나 집을 팔고 나갈 수 있는 '버퍼'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 분할상환을 하게 되면 원금까지 갚아나갈 여력이 되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며 "말그대로 '준비된' 수요자가 아니면 집을 살 수 없게 돼 주택 거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평소에도 연초는 거래가 줄어들고 관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최소 1분기까지는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 몰라도 5월 이후 대책이 시행되는 지방은 하반기까지 계속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대구·부산 등 광역시의 집값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기타 지방은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대출 규제에서 집단대출(중도금, 잔금 대출 등)이 제외됨에 따라 기존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일부 수요자들은 분양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분양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청약시장이 선전하는 것은 주로 집을 살 목돈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 아파트는 잔금대출까지 종전 대출 방식이 유지되므로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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