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 경선 선두 경쟁이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구도로 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그간 중위권을 지키던 크루즈가 급부상한 까닭이다.
크루즈는 지난 12일 DMR/블룸버그가 발표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율 31%를 기록해 트럼프 후보를 10%포인트 차이로 앞질렀으며 폭스뉴스의 아이오와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 28%를 확보해 트럼프(26%)를 제쳤다.
내년 2월 1일 공화당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는 뉴햄프셔주와 함께 미국 대선 판도를 가늠할 ‘풍향계’로 불리는 곳으로, 이들 지역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는 이후 선거 판도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막말 퍼레이드로 이목을 집중시킨 선두주자 트럼프에 대해 크루즈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그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해 왔으나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자 서서히 트럼프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주 비공개 모금행사에서 프랑스 파리 테러와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갖춰야 할 판단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도 “크루즈 후보가 상원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말해 좀 미치광이 같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크루즈의 보수주의 운동과 모금력을 감안했을 때 최종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가 아닌 크루즈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크루즈는 강경 우파이면서도 트럼프보다는 덜 논쟁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큰 강점이다. 공화당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그는 이민, 오바마케어, 국가 안보와 이슬람국가(IS) 대응 등 주요 이슈에서 가장 우파적인 의견을 내 놓으면서도 ‘당당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의 지난 달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을 ‘매우’보수적이라고 답한 유권자의 69%가 크루즈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루즈는 공화당 후보들 중 두번째로 많은 경선 자금을 모금한 후보이기도 하다. 비록 전 플로리다 주지사인 젭 부시가 경선 자금 모금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모금 대부분이 슈퍼팩에서 이뤄진 부시와 달리 크루즈의 경선 자금은 6,500만달러(약770억원)중 선거운동위원회의 모금(2,650만달러)과 슈퍼팩(3,800만달러)이 비교적 균형 있게 나뉘어져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