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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칼럼] 선거 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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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칼럼] 선거 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입력
2015.12.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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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협상이 몇 달 째 질질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연말까지 선거구 조정을 요구했고 선거법으로 선거구를 획정해야만 내년 선거를 치를 수 있어서 선거법 개정은 촌각을 다투게 되었다. 그럼에도 개정 협상은 조정 대상 지역구 의원들의 무리한 요구와 집권여당의 협량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야당 내부의 분열상이 여당의 소탐대실과 지연 전술을 부추기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구 조정은 표의 등가성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원칙에 서서 권역성이 고려되는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선거법을 거론하는 것은 지난 대선 이후 급부상한 징조로, 제대로 된 선거 룰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선거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선거에서는 법의 미비점을 이용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몰이를 하겠다는 유혹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선거 룰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거법 개정이 이미 도마 위에 올랐고, 그 선거법은 예상되는 선거 시비를 잠재워야 하고 선거의 공정성도 담보하는 것이어야 하겠기에 그 동안 제기된 몇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여야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점차 저하되고 있는 투표율이다. 투표율의 저하는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여야 정당들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투표율을 높이지 않으면 대의제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략적으로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시도가 있는 바, 이는 당리당략에 근거한 것으로 자기함정이 될 수도 있다. 유권자의 20% 표도 얻지 못한 당선자가 어떻게 신뢰와 권위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선거법이 강구해 보자는 뜻이다.

선거법 관련 소송이 지연되는 행태도 우려스럽다. 지난 대선 직후 대법원에 제기된 선거무효소송은 법정 시한의 6배가 되었는데도 아직 재판 시작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백중한 선거판에서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유혹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런 충동을 막는 것이, 또 기왕에 시비가 벌어졌다면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것이 법이 할 일이요 법원의 책무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거민주주의의 권위는 갈수록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과 국방부 등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개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 소송에서 법원이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선거 부정이 앞으로는 더더욱 기승을 부릴 지도 모를 일이다. 선거법과 선거 재판이 이처럼 무기력한 채로 바뀌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선거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투표에 대한 의욕 역시 낮아지게 된다.

선거법이 유념해야 할 또 다른 형태의 개표 부정 가능성은 투표지의 일련번호를 절지(截紙)에만 기입하는 것이다. 그럴 게 아니라 일련번호를 투표지에도 함께 써 넣어야 한다.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온 이 방안은 비밀투표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시행을 미뤄왔다. 그러나 불법과 술수는 비밀투표라는 그런 명분 뒤에서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우선 투표 본지와 절지에 일련번호를 병기하는 원칙을 세우고, 그 다음에 비밀투표의 원칙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보강해야 할지 강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제기된 개표 의혹 중 하나는 선관위의 개표 완료 전에 그 결과가 방송으로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은 보조 수단인 전산 개표를 과신하고 주 수단인 수 개표를 등한히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일 수 있다. 최근 전문가들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투표지(投票地)에서 개표’ 방안은 이런 부정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투표함 운반의 번잡성을 피하고 개표 감시와 개표 시간을 능률화하는 효과도 있다. 이 제도를 적극 도입하여 선거를 지역유권자들의 축제로 승화시키고 투표율도 제고해야 한다. 이런 저런 제도적 개선과 보완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더 높이지 않는다면 통치권의 정당성은 앞으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계속 시비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

숙명여대 명예교수ㆍ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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