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탈당 명분으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정치혁신을 통해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의지를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야권의 새판짜기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플랜을 가동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 의원은 13일 원고지 5매 분량의 짧은 탈당 기자회견문에서 ‘정권 교체’라는 단어를 6번이나 사용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현재를 “정권 교체의 희망이 없다”는 말로 비판했고, 자신의 지난 정치 여정도 “야당의 통합과 정권 교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탈당 이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재차 “정권 교체가 그 시작이고 이를 위한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정권 교체’에 방점이 찍힌 이날 발표를 사실상 “차기 대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공식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안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동료 의원과 지지자 등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길도 없고 답도 없는 야당을 바꾸고, 이 나라의 낡은 정치를 바꾸고, 고통 받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길의 한가운데 다시 서겠다. 이 길이 국민의 뜻에 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을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안 의원은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으로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안 의원과 친분이 깊은 한 관계자는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자신의 화법을 ‘숨은 의도가 없고 에둘러 얘기하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다”며 “오늘 발언을 볼 때 ‘차기 대권 도전을 결심해 탈당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안 의원이 평소에 ‘실수는 해도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다’고 자주 말해왔다”며 “지난 대선 후보 사퇴를 실수로 규정한 뒤 다음 대선에 후보로 나서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아직 대선이 2년 가량 남은 시점에서, 그것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야권 재편에 시동을 건 점은 의외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이번 총선에서 승부를 걸지 않으면 그의 존재감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조급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새정치연합 내홍 사태 와중에 문 대표의 지지율은 급등한 반면 안 의원의 지지율은 도리어 한 자리수로 내려앉은 것 또한 근거로 꼽혔다.
안 의원의 탈당에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깊은 실망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 의원은 전날 자정 무렵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찾은 박병석 의원 등과의 대화 과정에서 “(문 대표가)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나를)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냐”며 평소와 달리 격앙된 목소리까지 냈다. 최근 문 대표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낡은 진보 청산’ 요구를 “형용 모순이자 새누리당의 프레임”이라고 반박한 부분이 감정적으로 큰 서운함을 줬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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