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편의점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도 편의점의 금융 인프라로서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24시간 365일 영업한다는 시간적 접근성과 근거리 쇼핑채널이라는 거리적 접근성이라는 강점을 안고 편의점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도 편의점을 활용한 금융 인프라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받은 K뱅크가 편의점을 활용한 영업을 하겠다고 사업 계획에서 밝혀 다른 시중은행도 편의점을 이용한 상품개발과 영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지 주목된다.
13일 강서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이 작성한 '편의점의 오프라인 인프라와 활용사례'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의 증가와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매년 10% 내외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소매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 만에 매출 12조1,000억원을 달성, 작년 한 해 거둔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 국내 편의점 점포 수 추이 (사진제공=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편의점의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다. 2010년 2.5%에 불과했던 편의점 비중은 올해 3분기 5.1%를 차지하며 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점포 수도 급증하고 있다. 2009년 1만4,000개였던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작년 2만6,0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2만9,000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점포가 늘어나면서 일본의 경우처럼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 연구원은 지적했다.
일본 세븐은행(Seven Bank)은 편의점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금융기관이다.
▲ 일본 세븐은행(Seven Bank) (사진제공=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세븐은행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일본의 대형 유통기업인 'SEVEN&I' 그룹 산하의 은행 계열사로, 2000년대 초반 일본 정부가 비금융업종의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은행 설립을 허용함에 따라 세워져 현재 ATM 및 온라인을 활용해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
세븐은행은 1만8,000곳 이상의 세븐일레븐 점포를 이용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나서 연평균 15.5%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룹 내 편의점 다음으로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일본 전역에 약 2만1,056대의 ATM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1만8,782대를 세븐일레븐에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서비스 덕택에 세븐은행은 594개 금융기관과 제휴했으며 이들로부터 받는 ATM 이용수수료가 전체 이익의 93.6%(작년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ATM으로 입·출금, 송금, 카드론 등의 기본 서비스뿐 아니라 정기예금 가입, 해외송금, 수취 등 세븐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비금융 서비스 분야에선 편의점 활용도가 일본 못지않다.
국내 편의점은 택배 등의 물류서비스를 비롯해 세탁, 물품보관소, 티켓판매, 스마트폰 사진출력, 문서 프린트 및 복사, 토익성적표 발급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과 다양한 서비스가 접목하는 것은 편의점과 타 산업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편의점은 수익 다각화와 함께 점포 내방 고객 수(traffic)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를 도모할 수 있고, 타 산업은 자사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편의점의 '편의성' 때문에 국내 은행들도 '편의점 금융'에 최근 관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K뱅크 오프라인 전략의 중심에는 편의점이 있다. K뱅크는 주주로 참여한 GS25(GS리테일)의 9,000여개 점포 내에 1만개의 '24시간 무인점포(ATM)'를 배치해 입출금 서비스뿐 아니라 계좌개설, 금융상품 가입, 소액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K뱅크 관계자는 "실제 금융거래의 70∼80%는 ATM을 포함한 오프라인에서 일어난다. 인터넷은행이라도 오프라인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편의점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일반 시중은행들도 편의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강 연구원은 금융권도 온라인 등 비대면채널 이용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영업점 수와 자동화기기를 축소하는 등 오프라인 접점이 점차 약해지고 있어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을 금융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그는 "편의점은 오래 머무르는 장소가 아닌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빠르고 쉽게 처리 가능한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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