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계산된 막말로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선두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결국 제 꾀에 넘어갈 것인가.
사회경제적으로 위기에 빠진 백인 중산층과 히스패닉이나 다른 소수민족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흑인들의 분노를 자극해 굳건한 지지층을 형성해 온 트럼프가 이번에는 ‘무슬림 입국금지’카드로 테러공포를 자극해 지지층을 확대하려 했던 정치공학적 계산이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만난 것.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57%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강하게 반대한다’는 응답이 46%였고, ‘다소 반대한다’는 답변은 11%였다. 반면 트럼프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매우 찬성(16%), 다소 찬성(9%)을 합쳐 25%에 그쳤다. 공화당 경선 투표 대상자를 상대로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반대 응답은 39%였고 찬성 답변은 38%로 서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근 트럼프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여러 현안에서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으며 모욕적인 발언을 자주 한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발언과 태도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평가한 답변은 24%였다. ‘제대로 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이와 함께 무슬림 전체에 대한 선호도를 물은 결과, 우호적인 답변은 59%나 됐다. 반면에 비우호적인 답변은 29%에 머물렀다.
이처럼 트럼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그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내년 대선을 필패라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미국 공화당 지도부는 도널드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막기 위해 68년 만에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 전당대회란 예비선거에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지도부가 사실상 나서 본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민의를 반영하되 ‘중우(衆愚) 정치’를 막기 위한 미국 특유의 제도적 장치인데 공화당은 1948년, 민주당은 1952년 각각 마지막 중재 전당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이 지난 7일 주최한 만찬에서 공화당 유력 인사 20여명과 함께 트럼프 돌풍의 대책으로 중재 전당대회 준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버스 위원장은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중립을 유지했지만, 만찬이 끝날 무렵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중재 전당대회 대비 필요성에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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