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제조 과정에서 수입산 쌀을 사용하고도 ‘국산’이라고 표기해 재판에 넘겨졌던 양조장 대표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수입쌀로 누룩을 만들었지만 이는 원산지 표시가 필요 없는 식품첨가물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신형철 판사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양조장 대표 권모(4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3대째 양조장을 운영해온 권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산과 수입쌀을 2대1 비율로 섞어 막걸리를 만들고 제품에 ‘100% 우리쌀’ ‘백미(국내산)’라고 허위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씨 업체가 사용한 수입쌀이 입국(일본식 누룩)을 만드는 데에만 사용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 판사는 식품첨가물의 기준과 규격을 명시한 ‘식품첨가물 공전’에 천연 식품첨가물의 하나로 ‘국’이 있고 여기에 입국도 포함된다고 봤다. 또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 시행령에 ‘식품첨가물, 물, 주정 및 당류’는 원산지 표시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는 점 등을 들어 권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권씨 업체가 막걸리의 주원료인 덮밥을 만드는 데는 국내산 쌀 95㎏과 밀가루 10㎏을 썼다고 설명했다.
신 판사는 “‘국산 쌀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입쌀을 사용하고도 국산만 사용한 것처럼 표기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별도 입법 없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권씨가 수입쌀을 사용해 입국을 제조했고 사용량도 상당하다는 점 등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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