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는 이번 겨울 전력 누수가 있었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불펜 핵심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이 팀을 떠났고, 안방마님 정상호(LG) 역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렇다고 전력 보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벌써부터 SK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전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 대체 자원들이 즐비하다. 올해 긴 재활을 마치고 후반기에 복귀한 계투 요원 박정배와 박희수는 내년 희망을 살렸다. 빈 자리인 셋업맨과 마무리를 메울 유력 후보다.
이들은 정우람이 군 복무를 한 2013년과 2014년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이번 시즌은 복귀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다음 시즌은 더욱 강해질 것을 다짐했다. 박정배는 "재활을 하면서 1년간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1군에서 한 달 정도 느껴보니 힘들더라"면서 "더 단단하게 무장해 내년 풀타임으로 불펜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해외파 출신 정영일도 구단 내부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2014 신인지명회의 5라운드로 SK 유니폼을 입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몸을 제대로 만들고 구위도 끌어올렸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은 불펜의 '비밀 병기'로서 가치를 더욱 높인다. 롯데에서 윤길현의 보상 선수로 데려온 김승회 역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 받는다.
타선은 포수 정상호가 떠났지만 공백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일단 지명타자 이미지를 확실히 벗은 이재원이라는 듬직한 포수가 있다. 이재원은 2006년 1차 지명 때 SK가 류현진(LA 다저스ㆍ전 한화)을 거르고 선택한 대형 기대주다.
만약 정상호가 계속 남아 있었다면 이재원이 포수로 성장 속도가 더딜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회의 장이 됐다. 이재원은 "박경완 코치님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고 했다"며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의 백업 포수로는 김민식, 이현석, 허웅 등이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자원들이지만 SK는 최고 포수 출신 박경완 코치의 지도력을 믿는다.
무엇보다 타선의 열쇠는 최정과 김강민이 쥐고 있다. 2014시즌 후 최정은 4년 86억원, 김강민은 4년 56억원에 각각 FA 대박을 터트렸지만 올해는 동반 부진했다. 시즌 내내 부상을 달고 살았던 최정은 고작 81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성적은 타율 0.295, 17홈런 58타점으로 출전 경기 수와 대비하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2년 연속 100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것은 본인이나 팀에 타격이 컸다. 2013~ 2014년 2년 연속 3할과 두 자릿수 홈런, 도루를 기록한 김강민 역시 올해 96경기에서 타율 0.246, 4홈런 31타점 7도루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김용희 SK 감독은 올해처럼 시즌 내내 팀 타선이 불 붙지 못한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둘의 부활을 필수 조건으로 여겼다. 김강민의 주장 선임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김강민은 "팀과 선수들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주장으로서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시즌 중반 LG와 트레이드로 4번 타자를 꿰찬 정의윤, 그리고 정상호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데려온 최승준, 시카고 컵스 출신 김동엽 등 우타 거포들이 좌측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기량을 만개한다면 SK는 여전히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으로 손색이 없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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