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수출물가뿐 아니라 증시까지 발목이 잡혔다.
저유가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올 6월부터 주식 등 해외 투자 자산을 대거 회수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오일 달러의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외국인은 지난 10월 국내 상장 주식을 1조8,96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순매도액 2위 룩셈부르크 1,700억원의 11배가 넘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다. 5개월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주식 순매도액은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주식 누적 투자액도 올해 초 순매수에서 현재 순매도로 돌아섰다. 국적별 자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자금의 비중은 10월 말 현재 2.83%에 불과하나 유출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의 대량 매물 폭탄이 국내 증시의 수급 균형을 깨뜨리는 주요인으로 분석한다.
금감원과 금융투자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1월과 이달에도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 조달처가 외환보유고밖에 없어 해외 투자자금을 계속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유가가 20달러대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 중동계 자금의 해외 투자 자금 회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 원유 생산 원가가 27달러 수준임을 고려할 때 유가가 이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서 중동계 자금의 이탈이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자,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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