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개 둘러싸고 평행선, 南 단계별 분리 접근 北 즉각적인 확답 요구
8년 만에 열린 남북 당국회담이 끝내 결렬됐다. 남북은 지난 11일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한 뒤 협상 기한을 하루 연장해가며 1박 2일 마라톤 회담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양측은 공동보도문은 커녕 차후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 8ㆍ25 합의 후속조치 성격이었던 첫 당국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12일 회담 종료 직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공동취재진과 만나 “남북은 11~12일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해 남북관계 개선 위한 현안 문제를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 차관은 협상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 우리 측은 전면적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과 환경ㆍ민생ㆍ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비무장지대(DMZ)세계생태평화공원조성,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을 중점 제기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시켜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주장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를 우선적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측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그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이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황 차관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 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북측이 관광객 신변안전과 재발방지, 재산권 회복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먼저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등 다른 사안을 논의할 수 없다며 일체 협의에 호응해 오지 않았다고 황 차관은 전했다.
회담 결렬의 가장 근본적 이유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양측의 접근법 자체가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기본적으로 금강산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해선 안 된다는 분리 전략을 고수한 데 반해, 북측은 금강산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를 맞바꾸는 빅딜 이외에는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우리 측이 한발 양보해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제안했는데도 불구하고 북측이 이에 호응하지 않은 데는 우리 정부의 단계적 해법에 대해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측은 차근차근 신뢰를 회복하자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를 남측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보고 더 이상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2월 설 맞이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당국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면 당분간 소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동취재단ㆍ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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