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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환경 문제 함께 생각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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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환경 문제 함께 생각해 봐요

입력
2015.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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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단지 DMZㆍ황선미 글ㆍ조선Books 펴냄
희망의단지 DMZㆍ황선미 글ㆍ조선Books 펴냄

대성동초등학교 교사ㆍ학생이 주인공

비무장지대의 독특한 삶 보여줘

스토리보다 정보를 꼼꼼히 읽고

DMZ 개발 주제로 찬반 토론

논술로 생각 정리하게 하면 좋아

외국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해 물으면 ‘전쟁 위험 속에 있는 나라’라는 대답이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60년이 넘도록 휴전 상태인 남북의 상황 탓이지요. 그런데 그 남북 분단이 한반도에 색다른 자랑거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생태계 보존 면에서 세계 으뜸이자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비무장지대(DMZ)’입니다.

6ㆍ25전쟁이 3년차로 접어든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휴전 협정이 맺어졌습니다. 서쪽의 임진강에서 동쪽의 고성까지 군사분계선(휴전선)을 긋고 그 선을 중심으로 남북이 각각 2㎞씩 물러난 곳에 한계선을 그어 그 사이 지역을 비무장지대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름대로라면 무장하지 않은 누구에게나 개방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무장한 군인이나 군사 시설은 물론 일반인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20㎞에 ‘민간인출입통제선’을 만들어 그곳에서부터 민간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가 어떤 모습일지 감이 잡히시나요?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 채 수십 년이 흐르다 보니 그 곳은 이제 동식물들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전쟁 통에 묻은 어마어마한 양의 지뢰 때문에 다치거나 죽는 동물도 한둘이 아니지만 현재 비무장지대 안의 생태계는 다른 지역에서는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도 만날 수 있는 귀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환경만 생각한다면 비무장지대는 그대로 두어야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애끓는 이산가족들과 남북의 여러 상황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통일이 되고 양쪽을 막은 철조망은 사라져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도깨비 방망이로 두드리듯 뚝딱! 단번에 통일을 성사시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합사하는 것도 수 일, 심하면 여러 달이 걸리는데 60년이 넘는 세월을 적으로 지내던 두 나라가 하나가 되는 일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통일 이야기가 나오면 은근슬쩍 말꼬리를 돌리고 회피하게 될 때도 있지요. 오늘 우리가 만나는 책 ‘희망의 단지 DMZ’의 황선미 작가도 그 점을 꼬집습니다. ‘몰랐으면 마음이 편했을 일도 있지만 마음이 불편해도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숙원이 되어버린 통일 문제’라고 말입니다. 통일 문제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비무장지대도 마찬가지이지요.

공동경비구역 군인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비무장지대 안 대성동에 거주하는 주민은 물론 초등학교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등으로 유명한 황 작가가 쓴 ‘희망의 단지 DMZ’에는 대성동 초등학교 6학년 네 어린이와 선생님이 등장합니다. 농부, 군인, 식물학자나 동물학자, 역사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은 모두 비무장지대를 지키고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대성동 초등학교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은 선생님까지 다섯 명의 인물을 통해 작가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사실 정보는 물론 대성동만이 갖는 독특한 삶의 방식까지 차분히 보여줍니다. 다섯 인물을 각각 주인공으로 쓴 옴니버스 형식의 동화와 사이사이 실린 자료에서 비무장지대의 역사부터 자연, 남북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와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책을 읽고 다섯 아이들의 꿈 이야기만 하고 끝낸다면 제대로 읽었다 할 수 없습니다. 비무장지대를 다룬 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이 책과 같은 형식의 정보도서를 읽을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에는 자발적인 독서 동기를 가진 어린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익숙해진 디지털에 스마트까지 더해진 세상에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차근차근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지요.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정보도서들이 동화라는 옷을 입고 친근하고 흥미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스토리텔링’입니다. 이런 책은 재미있는 동화나 소설처럼 술술 넘어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만 따라가다 정작 책에 담고자 했던 주제를 놓칠 수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정보가 실린 내용이나 부록은 아예 건너뛰며 읽는 학생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사고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 먼저 차례나 머리말 읽기, 내용 훑어 읽기 등을 통해 책에 담긴 주제를 미리 알아보는 것입니다. 주요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책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이 책이라면 책에 실린 비무장지대 관련 사진들을 넘겨보며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럴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야. 그렇다면 동화와 정보 부분 중 어디를 더 꼼꼼히 읽어야 할까?”, “정보 부분이요!” 이처럼 읽기 전략을 명확하게 알려준 후 책을 읽게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특히 3~4학년 이하 어린이들에게 “네가 알아서 해!”, “네 마음대로 해 봐!”하며 조건 없이 다 열어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독서력이 높지 않은 어린이라면 더 그렇겠지요. 잘못 든 길을 되돌아 올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한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면서 차츰 제한조건을 없애주어야 합니다.

이제 ‘희망의 단지 DMZ’를 읽고 나눠 볼 만한 토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남북 분단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무장지대인 만큼 통일에 대한 토론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책의 주제에 집중한다면 비무장지대에 대한 토론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DMZ가 지닌 가치를 바탕으로 개발에 대해 토론하면 어떨까요?

경기도에서는 DMZ 투어, 가상체험, 캠프 등 여러 가지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DMZ 생태 연구소에서는 해당 지역의 생태 연구와 청소년 대상의 탐사 활동을 펼치는 등 비무장지대는 이미 사람의 발길이 닿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비무장지대 전체 관광이나 생태 연구는 곤란하지만 통일이 된 후라면 어찌 될까요? ‘DMZ의 개발’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책에서 알려준 수많은 정보들도 떠올려 보며 비무장지대 개발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해 봅니다. 통일이 되었다는 가정 아래 진행하는 토론 또는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등 안건은 다양하게 선정할 수 있습니다. 토론 후 안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논술문을 정리해 써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남북 사이에 자리 잡고 아슬아슬 힘겹게 버텨온 비무장지대의 60년이자 한반도의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 말입니다.

이정화ㆍ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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