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본능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ㆍ전대호 옮김
해나무 발행ㆍ488쪽ㆍ18,000원
음악은 인류의 보편적 특성이다. 음악을 만드는 행위는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되며 사람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음악 활동에 참여한다. 얼마 전에 작고한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는 ‘뮤지코필리아’에서 인간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인간은 음악을 인식할 수 있다. 음, 음색, 음정, 선율 윤곽, 화성, 리듬을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뇌의 여러 부분을 이용해 머릿속으로 이 모든 요소를 통합해서 음악을 ‘구축’한다.”
이 같은 인간의 경이로운 음악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는 과학 연구의 사각지대에 속했다. 1997년에 들어서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그의 기념비적 저작인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통해 인간의 음악 본능에 대해서 무려 14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다루면서 음악은 “청각적 치즈케이크(auditory cheesecake)”라는 유명한 비유를 남겼다. 음악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적응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의사 소통 목적으로 언어를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적응의 부산물이라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독보적이었지만 몇몇 학자들의 도전을 받았는데, 이를테면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책을 통해 음악과 언어의 진화를 규명한 스티브 미슨이나 캐나다 맥길 대학의 행동신경과학 교수로 ‘뇌의 월츠’와 ‘호모무지쿠스’ 등을 통해 최고의 음악학자로 자리매김한 대니얼 레비틴은 이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음악 본능’의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도 뇌과학, 진화생물학, 해부학, 음악학, 심리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를 총동원하여 음악이 우리의 뇌와 본능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이 책은 과학 저술이지만 교양 음악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박자와 음계, 음색, 리듬, 조율, 화성, 작곡 등 딱딱한 개념들을 과학적인 설명을 통해 쉽게 녹여내며, 직접 음악을 들으며 이해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통한 웹링크도 제공한다. 2000년 이후 뇌과학의 발달로 음악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 책은 그 연구 성과를 모두 망라하면서 음악과 관련한 궁금증들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 이를 테면 절대음감은 무엇이며 음악적 재능이란 것이 무엇인지, 오페라 가수들은 왜 특이하게 발성을 하는지, 언어 습득과 음악 습득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익숙한 음악을 들으면 편안해 하면서도 반복해서 들으면 지루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음악치료는 어떻게 작동하며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등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따로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음악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음악성은 수동적인 음악 청자의 능력부터 연주자와 작곡가들의 탁월한 능력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것인데, 그 음악성을 계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음악에 충분히 오래 노출되는 것 뿐”이라고 설득한다. 그는 특히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는 청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말고 직접 악기를 다루거나 합창단에 가입해 직접 음악 연주를 실행할 것을 권유한다. 음악을 직접 연습하고 연주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것이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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