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단풍이더니 어느새 겨울이다. 해를 보내는 서운함이 겹쳐서일까. 화려한 트리 장식이 반가운 한편으로 떠나간 계절의 아쉬움이 짙다. 가을의 문턱에서 품었던 꿈도 흰 눈 나리고서야 아른거린다. 파란 하늘아래 선선한 바람 맞으며 가고픈 곳, 이루고픈 일은 많았지만 하나같이 길 위의 낙엽처럼 나뒹굴고 말았다. 10일 서울 중구 봉래동의 노점 리어카 덮개에 은행잎이 꽁꽁 묶여 있다. 마지막 낙엽을 차마 보내지 못한 건 후회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미 떠나간 계절, 붙잡은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잖은가. 후회 없이 꿈 꾸었으면 그뿐이다.
멀티미디어부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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