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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합시다” 화쟁위가 한국사회에 던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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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합시다” 화쟁위가 한국사회에 던진 한마디

입력
2015.12.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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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관련법 개정 잠시 유보하고 사회적 대화를”

“앞으로도 불가피한 인연 주어지면 같은 길 갈 것”

“정부, 의회가 심판 아닌 선수처럼 뛰니 중재자 없어”

“모두 ‘법대로’만 외칠수록 관계는 깨질 수밖에”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동법 개정을 유보하고 사회적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동법 개정을 유보하고 사회적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정부는 노동관련법 개정을 잠시 유보하고 야당, 노동계, 종교계, 재계, 청년세대, 비정규직 등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마당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제안했다. 회견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한 지 24일만에 퇴거해 경찰에 체포된 직후 이번 사태와 남은 과제 등을 돌아본다는 취지에서 화쟁위가 마련했다. 이날 도법 스님은 “정부와 여당의 노동법 개정 추진과, 노동계의 반발 뒤에는 고용유연화와 사회안전망 마련이라는 인식 차가 도사리고 있다”며 “수 십년에 걸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 유럽 여러 나라처럼 대화와 토론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화에 소극적인 정부 태도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마치 하나의 운동경기장에서 규칙도 없고 잘 지킬 마음도 없이 격렬히 운동만 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공평하고 지혜로운 주심, 심판관이 돼 신사적 경쟁을 유도해야 할 정부와 의회조차 불행하게도 선수처럼 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할 수만 있다면 이 선수들을 만나게 하고 대화하게 하는 것이 종교계의 역할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사에서 25일째 은신 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두하기 위해 화쟁위 도법스님과 함께 관음전을 나서고 있는 모습.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조계사에서 25일째 은신 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두하기 위해 화쟁위 도법스님과 함께 관음전을 나서고 있는 모습.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도법 스님은 “경찰 측이 만남과 대화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한 위원장과 대화를 주로 했다”며 “정부나 여당 측도 화쟁위를 민주노총의 편으로 규정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모두를 패자로 만들지도 않은 한 위원장의 결심에 깊이 감사 드린다”며 “합법집회, 평화집회,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존중하겠다는 소중한 결심”이라고 평가했다.

조계사가 ‘현대판 소도 혹은 치외법권이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부처님은 삶에서 살인마도 제자로, 공동체 식구로 품어 안았다”며 “앞으로도 불가피한 인연들이 주어지면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 “법의 정신은 물론 중요하지만 모두가 늘 ‘법대로’만 외치면 관계들은 깨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측과 일부 신도의 갈등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충분히 발생될 수 있는 무수한 서운함”으로, 경찰의 조계사 경내 침범 논란은 “자잘하고 미세한 논란으로 경찰, 민주노총, 종단이 모두 지혜롭게 인내해 마무리된 사안”으로 봤다.

무엇보다 불교계가 정치적 사안에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도법 스님은 “고통의 문제를 떠난다면 이 세상에 종교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며, 고통의 현장을 떠난다면 종교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냐”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불평등이 진리, 제도, 문화, 뿌리, 풍토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우리는 평등하다’고 말한 부처님의 발언은 과연 정치적인 것이냐”며 “싸움의 불길이 타오르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약자, 가난한 자라는 현실을 떠나선 종교도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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