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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첫 길 잘 내자” “봄볕 오게 쌍방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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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첫 길 잘 내자” “봄볕 오게 쌍방 노력하자”

입력
2015.12.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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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당국회담이 11일 개성공단에서 시작됐다. 개성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우리 측 대표단이 서울 삼청동 회담본부를 나서는 모습. 김의도(왼쪽부터) 통일부 국장과 황부기 통일부 차관, 손재락 총리실 국장. 뉴시스
남북당국회담이 11일 개성공단에서 시작됐다. 개성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우리 측 대표단이 서울 삼청동 회담본부를 나서는 모습. 김의도(왼쪽부터) 통일부 국장과 황부기 통일부 차관, 손재락 총리실 국장. 뉴시스

남북관계의 포괄적 현안을 논의하는 당국회담이 8년 만에 열리게 됐다. 남북 대표단은 11일 오전 10시 40분(평양 시간 10시 10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 모여 전체회의를 열고 회담을 개시했다.

30분 만에 종료된 전체회의에서 양측은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전종수 단장은 먼저 서울에서 일찍 출발한 우리 측 회담 대표단의 안부를 물은 뒤 “우리는 어제 (평양에서) 내려와서 개성 시내를 돌아보며 사업을 생각했다. 겨울이니까 날씨는 찬데, 바깥날씨가 어떻든 북남이 만나서 오래간만에 풀어갑시다.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노력하자”고 운을 뗐다.

그러자 평소 한시에 조예가 깊은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김구 선생의애송시로 알려진 서산대사의 야설(夜雪)이란 시를 읊으며 화답했다. 황 차관은 “들판에 눈이 내리면 길을 걸을 때 갈지자로 걷지 말고, 서로 잘 걸어가라는 의미를 담은 시”라고 설명한 뒤 “1차 당국회담으로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말했다.

이에 전종수 단장도 “거의 8년 동안 회담이 없었는데, 사실상 본격적인 북남관계 푸는 회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그간에 불신과 대립의 곬(골)은 깊어지고 장벽은 더 높아졌는데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서 곬(골)을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양측이 덕담을 주고 받으며 시작했지만 양측이 의제도 조율하지 않은 데다 각 현안마다 워낙 입장차이가 커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양측은 회담 전부터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 싸움도 치열하게 벌였다. 앞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남측 대표단과 환담 자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회담을 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대북정책 원칙을 유지하며 북측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측도 회담 전날까지 “대결적 자세를 버리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남조선(남한) 당국이 구태의연한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외세와의 공조에 매여 달린다면 달라질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고 거듭 날을 세웠다.

한편 북한은 이날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한 남측 취재진의 노트북을 갑작스레 검열하겠다고 수거해 가는 등 한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다. 우리 측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자 북측 회담 대표 일원인 황철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나서 10여 분만에 노트북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북측은 우리 정부가 재차 항의하자 “남북관계를 잘 모르는 세관담당 실무자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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