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시비ㆍ자격 논란 제기…“얼마나 쓸 사람 없었으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상업과목을 가르치는 고교 교사가 포함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올해 처음 한국사 과목을 가르친 이 교사는 집필진 참여 사실이 드러나자 곧장 사퇴했다.
이날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서울의 사립학교인 대경상고에서 상업과목을 담당하는 김모 교사가 참여키로 했다.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외 집필진이 확인된 것은 김 교사가 처음이다.
김 교사가 집필진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그가 지난 8일 전체 동료 교원들에게 보낸 단체 메시지를 통해 드러났다. 이 메시지에서 그는 “(집필 관련)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저 말고도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사는 같은 달 국사편찬위원회의 집필진 공모에 지원하면서 학교장 등 학교 관계자에게 지원 사실을 알리거나 별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김 교사가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서 전문성이 있는지는 물음표가 달렸다. 올해 교직생활 10년 째인 그는 지난해까지 상업 관련 교과를 가르쳤고, 학교 홈페이지 ‘교직원 소개’란에도 담당 과목은 ‘상업’으로 돼 있다. 그가 역사관련 과목을 담당한 건 올해가 처음으로 1학년 4개반에서 수업을 진행한 경력이 전부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역사 관련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라지만 역사 전문성과 이해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집필 참여를 거부한 대부분의 역사교수와 교사들보다 이 교사가 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 했고,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할 사람이 그만큼 없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전문성 시비와 자격 논란이 일자 집필진에서 사퇴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김 교사는 자신이 집필진으로 공개된 것은 괜찮지만, 자신으로 인해 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퇴한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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