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조계사를 나와 경찰에 자진 출두하는 형식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과 노동계, 불교계 간 큰 충돌 없이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마당에 그로서는 자진 출두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63만 노조원의 대표로서 한 위원장은 자신의 결정이 미칠 영향과 예상되는 결과를 놓고 번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한 대로 경찰의 법 집행에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정도이자 민주노총과 국민 사이에 벌어진 틈이 더 이상 넓어지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한 위원장은 그 길을 택했다.
한 위원장 체포가 완료됐다 해도 사태의 본질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과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그나마 어렵게 의견 접근을 본 노동개혁 사안마저 입법 추진이 어려워졌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노사정 합의 파기, 노사정위원회 탈퇴’라는 내부 요구에 직면해 있다. 자칫 근근이 이어져온 노사정 대화의 틀마저 깨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한 위원장 체포와 정부의 일방적 노동개혁 추진에 반발, 민주노총이 16일 총파업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여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수 차례 지적했듯이, 이런 상황은 정부 여당의 무리한 밀어붙이기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기간제법, 노동자 파견 가능 대상 산업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은 입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데도 정부 여당은 연내 입법화 목표에 매달려 일방적으로 국회에 상정한 뒤 노동계를 계속 압박했다. 노동계의 요구와 입장을 듣고 반영하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노동개혁을 원만하게 재추진하려면 여야가 노사정 대화 결과를 반영해 가면서 합의된 법안부터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노동계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기간제법ㆍ파견법 개정안은 다음 단계로 넘겨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여야가 당면한 여러 정치적 상황과 총선 일정이 노동개혁 논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노동계도 젊은 미래 세대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거리의 투쟁만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회와 노사정위를 통한 논의에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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