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의 유일한 휴가철인 12월. 잠시 유니폼을 벗고 연말 분위기를 낼 법도 하지만 봉중근(36ㆍLG)은 벌써 9년째 이 시기에 한국을 떠나 있다.
2007년 재활캠프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사이판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봉중근은 2013년까지 개근했고, 지난해에는 일본 돗토리현으로 잠시 옮겼다가 올해 다시 사이판을 택했다. 날씨가 따뜻한 곳으로 옮겨 운동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일본 고치 마무리훈련을 소화하자마자 절친한 우규민(30ㆍLG)과 의기투합해 지난 5일 다시 사이판으로 떠났다. 그러나 닷새 만인 10일 장소를 미국령 괌으로 옮겼다. 사이판은 쾌적한 날씨와 각종 훈련 시설이 갖춰져 최적의 훈련지로 각광받는 곳이지만 최근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태풍으로 불가피하게 운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조기 귀국도 고심했지만 봉중근은 “12월에 한국에 돌아가봐야 운동에 집중할 수 없다”면서 “가까운 괌으로 옮겨 예정대로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침 삼성 선수들이 매년 찾는 괌의 훈련지를 주선 받아 불편 없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봉중근에게 올 겨울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지난 4년간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했던 그는 올 시즌 후반 선발 복귀를 결심했고, 양상문 감독의 허락을 받아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시작했다. 때문에 유망주 위주로 참가하는 마무리훈련도 자청했다. 봉중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사이판이 아닌 돗토리현에서 개인훈련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47경기에 나가 5승2패1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93. 완전히‘망친’ 시즌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지난 2년간 30세이브 이상을 수확했던 봉중근의 이름값과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았던 탓에 후유증이 길었던 것이다.
봉중근은 올 시즌을 반면교사로 삼아 내년에는 스프링캠프에서 곧바로 투구를 시작할 수 있는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선발투수는 마무리로 뛸 때와는 훈련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봉중근은 “우상이었던 이상훈 코치님도 다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투수진의 맏형으로서 의욕이 생긴다”면서 “나도 경쟁해야겠지만 (우)규민이, (류)제국이와 함께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 선발진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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