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끝없이 떨어지면서 ‘오일머니’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중동지역 산유국들이 이르면 3년 내 재정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국제유가가 생산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산유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한층 어두워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동·중앙아시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산유국들은 올해 모두 재정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배럴당 105.6 달러인데, 현재 국제유가는 37.5달러(8일 기준)로 내려와 있다. 재정수지 균형 유가는 해당 산유국이 재정 적자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유가 수준을 뜻한다. 올해 사우디의 재정 적자는 1,300억 달러를 기록,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달할 전망이다.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의 재정수지 균형 유가도 각각 107 달러, 72.6 달러에 이른다.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가장 낮은 국가는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으로 45.5 달러다. 현재 국제유가는 이보다도 낮다.
앞으로도 저유가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향후 3∼20년 사이에 산유국들의 유동 자산이 고갈될 전망이다. IMF는 걸프협력회의(GCC)에 속하지 않는 중동지역 산유국의 경우 3년, 바레인, 오만, 사우디는 5년 안에 유동 자산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너에 몰린 산유국들은 기존에 비축해뒀던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빼거나 채권 발행에 나섰다. 예산 절감을 위해 보조금 지급이나 무세금 정책 폐기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산유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최근에 시사했다. 피치는 지난해에도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산유국 다섯 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으며 사우디와 나이지리아, 콩고공화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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