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모든 형태의 편협함에 맞서자”며 ‘모든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공화당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65년 12월6일 미 의회에서 인준돼 노예제도를 공식 폐지한 수정헌법 13조 150년을 기념하는 의회 연설에서 “그들이 어떤 인종인지, 어떤 종교를 믿는지에 상관없이 우리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결부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이러한 언급이 사실상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의 잔인한 흑인진압에 대한 반발과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의 확산 등을 거론하며 “우리가 진보의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냉소주의에 사로잡힌다면, 두려움에 압도되거나 희망을 잃는다면 우리 자신의 가장 고귀한 과거를 배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아무리 분열되거나 절망한 듯 보여도, 아무리 추하게 되더라도, 모든 형태의 편협함에 맞서 저항하는 데 실패한다면 역시 과거의 노력들을 배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는 7일 성명에서 “미국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신봉자들의 참혹한 공격의 희생자가 될 수 없다”면서 미국 의회가 테러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에 백악관은 8일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다른 공화당 주자들은 트럼프가 만약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당장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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