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타협은 굴복으로 간주
노조 조직률 낮아지자 위기감 고조
거리 투쟁으로 내부 결속 다지기
불법파업 몰아 간부 구속 다반사
정부의 '불통 노동정책'도 한몫
한상균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노총은 최근 총파업ㆍ민중총궐기 등을 이끌며 우리사회 갈등과 충돌의 가장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타협보다는 투쟁에 주력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가지가 거론된다. 1998년 정리해고 도입 합의 이후 조직이 와해될 뻔한 위기로 인한 트라우마, 낮아지는 조직률에 따른 위기감, 강경 대응 입장의 정부와 같은 안팎의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1987년 민주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의 성과로 설립된 3,300여개의 신규 노동조합을 결집해 1995년 출범했다. 단체교섭을 통한 조합원 복지향상에 주력으로 한 한국노총과 달리 단체행동을 통한 노동기본권 쟁취를 내세워 노동계의 양대 축으로 떠올랐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게 된 것은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계 협상주체로 노사정위에 참여한 민주노총은 공무원ㆍ교원의 노조 결성을 인정받는 조건으로, 정리해고와 파견제를 도입하는 노동법에 합의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배석범 당시 위원장은 대의원회의에서 불신임당하고 지도부 역시 전원 사퇴했다. 2004년 선출된 이수호 위원장이 이듬해 노사정위 복귀를 대의원회의 안건으로 올렸으나 강경파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됐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1998년부터 정리해고 합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회적 대화, 협상에 나서는 것을 타협하거나 굴복하는 것으로 보는 정서가 민주노총의 주요 분위기로 자리 잡게 됐다”며 “현재 민주노총의 투쟁방향은 전형적인 재야운동 방식”이라고 말했다.
점점 낮아지는 노조 조직률, 이로 인한 노동조합의 영향력 감소도 민주노총이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의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에서 점차 낮아져 2013년 10.3%에 머물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노동자 개인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지 불안한 조합원은 중도ㆍ온건파 보다는 강경파 후보를 선택하게 되고, 강경파 지도부는 내부 결속 차원에서라도 거리 투쟁에 나서게 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주력이 현대ㆍ기아차노조, 전교조 등 대기업ㆍ정규직 노조가 중심인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설 때마다 보수세력의 ‘밥그릇 지키기’ 프레임에 갇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노총 투쟁의 주력인 현대차 노조 등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비정규직 문제를 소홀히 하면서 민주노총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어 온 것도 문제”라면서도 “민주노총의 강성 투쟁은 타협 없이 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해 온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파업만 하면 불법파업으로 몰아 노조 간부를 업무방해죄로 구속하거나, 노사정위에서 합의도 하지 않은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 파견업종 확대를 정부ㆍ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등 제도권 안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내놓고 정책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의 선택지는 총파업과 같은 강경책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노사관계 전문가 A교수는 “‘불통정부’라는 말처럼 노동계와 공존할 수 없는 정책을 강행 추진하는 정부도 문제가 있다”며 “국내 노동자 70만명을 대표하는 조직을 코너로 모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검거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찰 공권력 집행은 헌법에도 규정된 국민의 저항권을 짓밟는 공안탄압이자, 민주노총 궤멸 시도”라며 “추가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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