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만히 물을 바라보곤 한다. 강이든 바다든 작은 실개천이든. 물은 대개 투명하지만 물 밖에서는 물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물은 때로 공포일 때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은 물의 트라우마는 쉽게 씻기지 않을 것이다. 그 사건이 암시하듯 세상사의 모든 진실은 물속에 있다 해도 과언 아니다. 물속을 알 수 없는 우리는 그 표면의 움직임만으로 많은 걸 판단한다. 물속에 손을 넣어 깊이를 재거나 질감을 체크하는 일 등도 모두 표면의 일이다. 물의 진짜 깊이와 속내를 알려는 노력은 모든 가능한 지식과 정보, 심정 등을 투사한 유추 행위에 불과하다. 늘 근사치에 머뭇대다가 때로 잠정적인 진실을 획득한다. 물에 손을 담갔다가 빼는 것은 분명 물을 알려는 노력일 테지만, 그 단순한 속단이 외려 물의 진짜 깊이를 오해하게 만드는 쓸쓸한 역설을 낳기도 한다. 손에 담은 물은 금세 사라지는 법인 거다. 하나의 역설이 또 있다. 물 표면엔 바라보는 이의 얼굴이 비치기도 한다. 옛날부터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숱한 신화와 문학의 밑거름이 되었다. 물에 비친 얼굴은 분명 자신인데, 이상하게 자신이 아니다. 만져보면 갈라지고 바람이 불면 다른 형상이 된다. 그건 혹시 물속에서 잠깐 드러난 진짜 자신이 아닐까. 물을 본다. 내 안의 더 깊은 물이 범람해 누굴 잡아먹은 건 아니었는지 짐짓 걱정해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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