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시장, 월드컵점 고발 등
행정제재 조치 재검토 지시
담당부서 바꿔 대응책 마련 나서
행정력 낭비 도마에 올라
“대기업 눈치보기냐” 비판도
“버릇을 잡을라고요.”
지난 2일 롯데쇼핑㈜ 광주월드컵점이 수년 동안 매장을 불법으로 재임대해 수익을 올린 데 대한 광주시의 향후 조치 계획을 놓고 시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롯데쇼핑을)봐주고 자시고 할 게 없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위반한 만큼 고발하는 게 원칙”이라며 “향후 대부료 협상도 크게 한 번 붙어보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이 허언(虛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롯데쇼핑에 대한 고발과 계약 취소 등을 골자로 한 행정조치 계획을 유보시키고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윤 시장은 지난 3일 불법 재임대 사실이 드러난 롯데쇼핑 광주월드컵점에 대해 고발과 함께 계약해지를 해야 한다는 체육지원국의 보고를 받은 뒤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하되, 관련 업무를 정책기획관실로 넘기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획관실은 체육지원국과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등 관련 서류 일체를 넘겨받아 광주월드컵점의 불법 재임대에 대한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쇼핑에 대한 행정조치 검토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에선 “대기업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최근 감사를 통해 광주월드컵점이 시로부터 승인받은 면적(9,289㎡)을 3,901㎡ 초과한 1만3,190㎡를 불법 전대해 지난해에만 70억원의 재임대 수익을 낸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업체가 시에 내는 연간 사용료는 45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 관계자는 “도대체 뭘 다시 검토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계약 해지는 당연하고 불법을 저지른 데 대한 고소ㆍ고발도 당연한 행정절차인데, 광주시가 이를 머뭇거리는 것은 향후 조치 마련에 대한 의지마저 의심받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 시장의 롯데쇼핑에 대한 행정제재 재검토 지시로 인한 행정력 낭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 해당 부서는 변호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전담팀까지 구성해 고발과 계약 취소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허사가 됐다. 특히 해당 부서는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을 올해의 공무원상 후보로 추천까지 했지만 윤 시장의 재검토 지시로 빛이 바래게 됐다. 이번 재검토 과정에서도 법무담당관실과 감사위원회, 회계과 등 연관 부서 관계자들이 또 다시 업무 지원을 나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이 관련 부서의 검토 보고를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월드컵점에 대한 행정제재 결정이 중요하고 변수가 많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부서의 행정조치 검토 내용이 나올 만큼 나온 상황에서 새롭게 도출될 게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시는 롯데쇼핑과 계약을 취소한 뒤 업체 측과 전반적인 대부 관계 재협상을 추진할 복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취소를 통해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기존 불공정 협약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윤 시장의 행정제재 재검토 지시는 롯데쇼핑 측으로부터 협상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 측면도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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