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제1차 대전을 반추(反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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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1차 대전을 반추(反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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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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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 못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세계의 경제 상황은 서로 강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 구조에서의 경제적 풍요는 교류와 협력에 크게 의존한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국제 신용의 붕괴가 불가피하므로 전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이다. 만약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끝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모두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운송의 혁명으로 해외 상업활동이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였다. 인구와 자본의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엄청난 인구가 공급자 및 소비자로서 시장에 편입되었다. 철도의 발달, 전신과 우편제도 등의 교통과 통신 혁명은 여러 부문에서 국제간 협력을 불가피 하게 하였다. 교통과 통신, 해상 기후, 관세, 저작권 등등 각종 부문에서 표준화와 정보 교환의 필요성이 이러한 국제 협력을 촉진하였다.

이러한 교류는 각 국가의 노동제도와 복지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간의 제한과 아동 고용 금지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법제화되었다.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들이 집단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한다. 문화 영역에서도 여행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교통의 발달, 그로 인한 호텔 등 연관 산업의 발달로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게 되었다.

이 상황 설명을 읽으면서 무언가 어색하다고 느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상황은 요즘을 설명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 요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묘사가 현 국제 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차 세계대전을 얼마 앞두지 않은 1914년 유럽의 이야기이다.

20세기 초 경제적 상호의존은 확대되었지만, 결국 전쟁의 발발은 막지 못했다. 20세기 초에 유럽을 지배했던 국제 정책의 방향은 군사적 우위의 확보와 보장이었다.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하는 것은 주요 방향이 되지 못하였다. 17세기 이래 확립된 가장 중요한 원리가 국가의 주권이었기 때문이다. 국익에 부합하느냐만이 국가들의 유일한 고려 대상이었다.

그래도 국가들이 국익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입장이 조금 완화된 영역은 바다였다. 1856년 파리에서 바다는 중립이 존중되어야 하고, 개별적 군사행동을 불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였다. 더 나아가 국가들은 군비를 제한하고 무기의 파괴력을 제한하자는 협상을 하였다. 물론 이 협상들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또한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결하기 위해 국제재판소를 설치할 목적으로 국제회의를 소집하였다. 그러나 국가들은 1899년 헤이그 논의에서 제시된 국제 중재 절차에 전혀 따르지 않았다.

결국 1차 대전이 발생하였다. 크고 작은 나라들이 모두 전쟁에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프랑스의 남성 인구 2,000만 명 중에서 200만 명이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세르비아와 같은 작은 나라의 경우, 인구 500만 명 중에서 전체 인구의 15%가 전쟁으로 사망했다. 큰 나라나 작은 나라 전쟁의 큰 피해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다시 1차 세계 대전사를 읽는 것은 그 당시 사회가 가졌던 국제 관계에 대한 관념들이 지금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경쟁적 관계가 위험해 보이지만,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193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노먼 에인절 역시 1차 세계대전 이전에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책 ‘거대한 환상(The Great Illusion)’에서 당시와 같이 ‘고도로’ 통합된 유럽 경제 체제하에서 군사적 행동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강대국들간의 관계가 또 다시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냉정한 상황분석과 미래에 대한 방향 설정이 우리 외교에 요구된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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