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9일 오후4시까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한 위원장은 자진퇴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조계사 강제 진입을 통한 검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노총은 경찰의 영장집행을 막기 위해 조계사로 조합원들을 대거 동원키로 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찰은 한상균의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24시간 이내에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한상균이 ‘6일까지 자진퇴거 한다’는 약속을 스스로 어기고 불법투쟁을 선언한 것은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 국민과 불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통보 기한 내에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위원장에게는 9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강 청장은 특히 “(마감 시한이 지날 경우) 조계종의 반대가 있더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방침”이라고 말해 조계사에 강제 진입할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경찰이 도피한 피의자를 잡기 위해 조계사 동의 없이 경찰력을 투입한 것은 2002년 3월 발전노조 노조원 체포 때가 마지막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다각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던 경찰이 하루 만에 초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데에는 한 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강 청장은 “한상균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스스로 영장 집행에 응할 가능성이 아주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죄송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 조계사 측을 비난하며 자진 퇴거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도 “노동개악이 중단되면 출두하겠다”는 글을 올려 경찰의 통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최후통첩과 함께 경찰은 영장집행에 필요한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조계사를 직접 찾아 주지인 지현스님에게 한 위원장의 자진퇴거를 요청하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구 청장은 “(퇴거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집행을 할 수 밖에 없으니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쟁위도 한 위원장 자진퇴거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가는 분위기다. 화쟁위는 일단 경찰이 영장집행 기한을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한 위원장 거취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도법스님은 한 위원장이 자진퇴거 조건으로 내걸었던 노동관련 법안 연내 처리 불가 방침을 야당이 당론으로 확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화쟁위 내부에서도 내심 9일 오후 5시를 중재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은 이날 긴급 중앙집행위원을 열고 즉각 총파업 및 총력투쟁을 전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또 영장집행이 예상되는 9일 오후4시를 전후해 수도권 조합원을 조계사로 결집시켜 경찰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민노총 관계자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민중의 헌법적 저항권을 짓밟는 공안탄압”이라며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가 시도되는 즉시 파업이 가능한 전 조직은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원 입건해 사법처리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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