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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연봉이 4800만원? 금융권 파격 채용 속내는

입력
2015.1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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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금턴’ 뽑아 1년 후 80%만 정규직 전환

한화증권은 연봉차등… 한국SC은행은 전원 연봉제

“기존 근로자 임금개편 쉽지않아 신입대상 실험” 우려도

SC은행이 올해 신입사원을 전원 연봉제로 채용하는 등 획일적이던 금융권 채용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SC은행이 올해 신입사원을 전원 연봉제로 채용하는 등 획일적이던 금융권 채용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그간 대동소이한 채용방식을 유지해 온 금융권에 최근 들어 파격적인 채용 실험이 잇따르고 있다. 장기화되는 불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신입직원 채용에서부터 조직의 경쟁력과 효율을 높여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 같은 설명. 하지만 일각에선 당장 건드리기 어려운 기존 직원 대신 반발이 적은 신입사원을 비용절감, 임금구조 개편의 시험 수단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사 채용전형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사례로는 현대증권의 ‘연봉 4,800만원 인턴’이 꼽힌다. 현대증권은 내년 1월 최종 선발 예정인 신입사원을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사원’으로 뽑는다. 이렇게 뽑힌 인턴은 1년 동안 현장 교육과 실무 연수를 거쳐 근무성적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회사 측은 80% 정도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특히 인턴 사원의 연봉 조건이 4,800만원으로 예년의 신입사원과 동일하다는 점이 파격적이다. 현대증권은 이에 대해 “탈락자에게 1년은 짧지 않은 기간”이라며 “급여나 복리후생은 기존 신입사원과 동일하게 가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지만 증권업계에선 “어차피 입사 직후 자발적 퇴사 인력이 어느정도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회사 입장에선 비슷한 비용으로 1년 후 검증된 인력만 남기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높은 연봉 때문에 인턴이 아닌 ‘금(金)턴’이라고까지 불리지만 반드시 환영할 만한 조건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금전적 보상이 괜찮더라도 구직자 입장에선 1년을 투자한 뒤 취업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년 만에 공개채용에 나선 한화투자증권은 입사 직후부터 연봉에 차등을 두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그간 일괄 교육 후 발령을 내던 인사 방식도 바꿔 신입사원 본인의 직무 선택권을 늘렸다. 신입사원으로 채용되면 3개월의 직무탐색 기간 동안 지정된 부서에서 일한 뒤, 나머지 9개월 간은 본인이 원하는 다른 부서에서 일할 수 있다. 능력에 따라 직무를 선택해 더 높은 연봉을 주는 직무를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JB금융지주는 최근 5급(일반직)과 7급(텔러)으로 분리돼 있던 직군을 통합하며 임금체계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일반직과 텔러로 직군을 구분해 따로 뽑던 채용 제도를 ‘정규직 7급’의 동일직군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초봉도 3,300만원으로 조정했다. 기존 일반직 신입사원 초임보다 1,200만원 가량 낮추고 텔러 초임보다는 600만원 가량 높였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 급여와 직급을 다르게 하는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 위화감을 줄 수 있고 절감된 비용으로 채용 인원을 더 늘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계열사인 광주은행의 경우, 직군통합으로 기존보다 10명 정도 신입사원을 더 뽑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SC은행은 올해 채용한 대졸 공채 신입사원 50명에 대해 전원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채에서 신입사원 전원에게 연봉제를 적용하는 것은 SC은행뿐 아니라 국내 은행권을 통틀어서도 처음이다. 이번에 채용되는 신입사원들은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대신 직무에 따라 개인ㆍ팀별 평가를 통해 연봉이 정해진다. SC은행은 현재 부장급 이상에 대해서는 연봉제를, 팀장급까지는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움직임을 내심 반기고 있다. 당국의 관계자는 “민간 회사의 채용ㆍ인사ㆍ임금 문화까지 당국이 간여할 수는 없지만 자발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의 임금체계 관련 실험들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일시적 비용절감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 이중 임금체제가 형성돼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소장은 “기존 직원에겐 적용하기 힘든 것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우회 실시하는 것이지만 이는 대개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임금체제 개편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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