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생사기로에 놓인 STX조선에 4,500억원을 투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근본 해결책 제시 없이 또 자금을 지원한다”며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이르면 9일 채권단 회의를 열고 4,5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따르면 이 자금은 채권단이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2월까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신규자금 지원을 결의했는데 이 가운데 집행하지 않고 남은 돈이다. 이 때문에 산은과 금융당국은 “추가지원은 맞지만, 신규지원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선 결국 새롭게 대출이 발생하는 자금이란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명확한 방향성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 생명을 단기적으로 연장하겠다는 방안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산은이 신규지원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금액을 4,500억원 수준에 맞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 사이의 미묘한 책임 떠 넘기기 기류도 감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STX조선은 대규모 신규자금지원을 결정해야 했던 대우조선과는 상황이 다른 만큼 채권단에서 자율적으로 지원 규모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등 국책ㆍ특수은행들은 채권단 내 시중은행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우조선처럼 금융당국이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은 대우조선보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인 만큼 시중은행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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