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장애인 생산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허점을 노려 ‘명의대여 장사’를 해 온 장애인근로사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박세현)는 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이라고 속여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위반ㆍ횡령 등)로 정립전자 대표 김모(44)씨와 마케팅 본부장 박모(49)씨를 구속하고, 하도급업체 대표 등 관계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1989년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장애인근로사업장으로 설립된 정립전자는 장애인 106명을 포함해 155명의 직원을 둔 전국 최대 규모의 장애인업체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3년부터 2년여 간 수주 받은 물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처럼 꾸민 뒤 실제로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 납품하거나 타사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또 계약금액의 10%를 받는 조건으로 외부업체에 명의를 빌려줘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수법으로 김씨 등이 가로챈 계약대금은 348억원에 이른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의 허점을 노려 범행을 계획했다. 공공기관이 장애인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 직접생산 증명서만 확인할 뿐, 해당 업체가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를 점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김씨와 박씨는 또 근로자를 허위 기재해 급여를 챙기는 수법으로 회삿돈 19억여원을 횡령하고, 정립전자가 수주한 계약을 하도급 주는 대가로 1억7,700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정부에서 매월 지원금이 회사에 지원된다.
검찰 관계자는 “보훈단체 관련 업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 필요성을 유관기관에 알리고 단속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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