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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봉신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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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봉신사상

입력
2015.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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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신사상은 가장 신사적 언행과 리더십, 모범적 의정활동을 편 국회의원에게 주는 상이다. 독립운동가이자 광복 후 제헌의원 등 4선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백봉(白峰) 나용균 선생을 기려 1999년 제정됐다. 매년 12월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 200명 안팎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선정한다. 정치적 리더십, 업적 및 성과, 교양과 지성, 모범적 의정활동 등 4개 분야별로 점수를 매겨 백봉신사상 베스트 10명을 선정하고 그 중 최고점을 얻은 정치인에게 백봉신사상 대상을 수여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시절이던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번 연속 백봉신사상 대상을 수상했다. 첫 수상을 한 2007년 12월은 17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하고 한나라당 대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던 때다. 설문에 참여한 기자들은 근소한 차로 경선에 진 뒤 깨끗한 승복연설로 깊은 인상을 남긴 페어플레이와 신사적 면모에 높은 점수를 줬던 것 같다. 그는 수상소감을 통해 “우리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면 선진국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올해로 17회를 맞은 백봉신사상 대상을 수상했다. 정치입문이래 최대 위기의 한 해를 보낸 유 의원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지난 여름 국회법 개정 파문과 관련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낙인이 찍혔고 원내대표직을 내놓아야 했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민생을 외면하는 국회에 대해 총선 심판론을 거듭 제기했고, 그는 물론 친한 의원들까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 올해 백봉신사상 수상자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및 이종걸 원내대표 등도 포함됐다. 유 의원과 함께 국회법 개정 파문의 핵심 주역들이 모두 신사상을 받게 된 셈이다. 유 의원은 수상 소감에서 “아무리 욕을 먹어도 정치가 제일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정치를 해왔다”며 “국민께 꿈과 희망을 되찾아 드리고자 정치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첫 수상소감과 많이 겹치는 게 묘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정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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