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내년도 국비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20% 이상 증액하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우선사업으로 꼽은 주요 현안은 줄줄이 배제돼 속앓이에 빠졌다.
조치원 연결도로 확장을 비롯해 아트센터와 향토문화자료관 건립 등 주요 숙원 사업의 설계비를 애초 계획대로 확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8일 시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내년도 국비 예산은 일반회계 1,895억원, 지특회계 1,167억원 등 총 3,062억원이다. 이는 올해 2,526억원에 비해 536억원(21.2%)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시는 ‘내년도 국비 획득 우선 사업 목록’에 담아둔 주요 사업 대부분이 삭감되거나 아예 반영되지 않는 등 고배를 마셨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세종시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아트센터다. 시는 1,200석 규모 대공연장 건설 설계비로 31억원을 요구했지만, 결국 700석 규모(22억원)로 축소 반영하는데 그쳤다. 나성동 2-4생활권에 대공연장 1,200석, 소극장 300석 규모로 건립하려는 시와 행정도시건설청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조치원 연결도로 확장 사업 설계비(12억원)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 사업은 국도 1호선 연기면~조치원 번암리 5㎞ 구간(버스전용차로 포함)을 4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하는 것이다. 시와 건설청은 입체교차로의 평면교차로 조정, 자전거도로 배제 등 사업비를 줄여 사업타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가 기획재정부의 요구까지 받아들이며 사업을 추진하려던 향토문화자료관 설계비(2억5,000만원)도 정부 예산안에서 빠졌다. 기재부는 시에 부지 매입, 건축비 일부 부담을 요구했다. 문화원연합회는 3년째 이 사업을 관철하기 위해 국비 확보에 매달렸다. 국비 확보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국가 예산 투입의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국가상징공원 조성 설계비(20억원)도 가져오지 못했다. 이춘희 시장은 나라사랑을 되새기는 공원 속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이 사업을 100대 과제 중 18번째로 올려놓고 공을 들였다.
조치원을 염두에 둔 정부의 도시재생활성화사업 1차년도 예산(2억원)도 누락됐다. 이 사업은 국토부의 도시재생공모사업에 5순위까지 올랐지만 농림부의 사업 중복 지적 등으로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농림부는 이미 조치원과 부강ㆍ전의면에서 종합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내년에 국토부의 공모사업과 별개로 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비 3,000억원 시대를 열었지만 일부 사업 예산 확보가 부진한 게 아쉽다”며 “건설청과 협조해 주요 사업 예산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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