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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플랜트 등 수주 차질… 중동 돈줄 조여 건설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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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플랜트 등 수주 차질… 중동 돈줄 조여 건설도 타격

입력
2015.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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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업체들 채산성 악화 영향 드릴십 계약 취소·인도 거부 우려

중동국들 공사 발주 잇단 지연… 철강업계도 덩달아 깊어진 시름

자동차, 이윤 큰 대형차 판매 유리

항공업, 기름값 부담 줄어 이익 기대

정유업계도 재고평가 손실 불구 정제마진 증가로 실적 개선될 듯

유가 하락이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가 마지노선은 배럴당 50달러다. 이미 두바이유와 미국의 서부 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40달러 선마저 무너지면서 기업들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 1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1월 수출입동향 브리핑’에서 “내년에도 저유가가 지속되면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며 기준 유가를 배럴당 50달러로 제시했다. 그 이하로 유가가 떨어지면 우리 수출 비중의 약 2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ㆍ석유제품의 수출 단가가 떨어진다. 저유가는 석유화학 뿐 아니라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산유국 경기를 악화시켜 자동차, 가전, 건설기계,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까지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조선ㆍ건설ㆍ철강업계 ‘직격탄’

올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중인 조선업계는 저유가로 수주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저유가가 이어지면 주요 거래선인 시추업체들이 채산성이 악화돼 시추 설비,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를 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유가 때 발주한 해양플랜트, 드릴십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를 거부해 올해 조선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봤다.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는 지난 10월 현대중공업에 7,000억원짜리 반잠수식 시추선의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8월 미주 지역 선주가 중도금을 주지 않아 7,034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 수주 계약을 해지했고 삼성중공업도 시추업체 퍼시픽 드릴링으로부터 건조를 마친 5,920억원 짜리 드릴십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동에 직접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형프로젝트 발주처인 중동 산유국들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발주 시점을 늦추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85억달러 규모의 카타르 알카라나 석유화학 공장 프로젝트를 비롯해 얀부 스멜퍼 제련공장(20억달러ㆍ사우디아라비아), 아부다비 메트로 프로젝트(70억달러ㆍ아랍에미레이트) 등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수주 목표로 삼은 대표적 사업들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그 바람에 8일 현재 해외건설 전체 수주액은 지난해의 61.9% 수준인 409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기존 해외 공사 현장도 저유가 영향이 심각하다.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1,244억원)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났는데 사우디 꾸라야 프로젝트 원가상승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과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공사지연이 직접적 원인이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의 공사비 일부를 받지 못하는 등 해외부문 부진으로 최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까지 강등당했다.

조선ㆍ건설업계에 제품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덩달아 시름이 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장거리 수송 비용이 소폭 감소하는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건설ㆍ조선업에 대한 중동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 물량 감소로 조선용 후판, 에너지산업용 강관 등의 공급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동 할랄식품 시장을 공략하려는 식품업계도 차질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내년까지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 현지 입점 매장을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었으나 저유가 때문에 입점 확장 속도가 더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중동 시장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 동향 파악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자동차ㆍ항공ㆍ석유화학‘긍정적’

반면 자동차와 항공산업은 유가 하락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연비 좋은 경차보다 중형차, 세단보다 기름을 많이 먹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저유가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윤 폭이 큰 대형차들이 많이 팔릴 수록 유리하다. 다만 친환경차 판매는 위축될 수 있다.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들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자동차 시장이 줄어드는 악영향도 생긴다.

항공업계도 항공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간 약 3,200만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내려도 3,200만 달러(약 377억원)가 절감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2,895억원)은 3년 만에 최대였고 아시아나항공도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849억원이다.

정유업계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하지만 석유제품의 정제마진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고유가일 때보다 수요 자체가 늘어나고 정제마진 폭도 커질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유가급락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 이란ㆍ이라크의 본격적인 원유 수출 물량 증가 등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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