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18년부터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한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법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연명의료법)을 의결했다. 쟁점이 해소된 상태라 이달 혹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한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로,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행위다. 단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및 물, 산소공급은 지속하도록 했다.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환자의 의사는 의사가 환자의 뜻을 문서로 작성해 한 ‘연명의료계획서’ 혹은 환자 본인이 작성한 뒤 의사의 확인을 받은 ‘사전의료의향서’를 통해 확인하도록 했다. 환자가 이런 기록을 남겨놓지 않았을 경우에는 가족 2명 이상이 환자의 의사에 대해 동일한 진술을 하고, 이를 의사 2명이 확인해 환자의 평소 의사를 추정할 수 있게 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관해 아무런 의사를 남기지 않아 환자 의사를 추정조차 할 수 없을 때는 가족 전원의 합의로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배우자와 17세 이상의 직계 존ㆍ비속(부모와 자녀)만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거나 대리할 수 있다. 이런 가족이 없을 때는 형제 자매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편 병원은 연명의료를 중단할 경우 결정 과정과 이행 사항을 모두 기록하고 이 기록을 10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 정부는‘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설립해 관련 기록을 관리한다.
2008년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 할머니의 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김 할머니가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 법 제정의 계기다. 대법원은 2009년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며 제도화를 권고했다.
이 법은 호스피스 관련 시설 확충 등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공포 후 2년 뒤에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 2월 임시국회 통과 후 3월 공포될 경우, 2018년 3월부터 시행된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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