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저유가의 저주’ 세계경제가 떨고 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저유가의 저주’ 세계경제가 떨고 있다

입력
2015.12.08 18:56
0 0

산유국 감산합의 불발에

국제유가 연일 급락세

당분간 반등 기미도 안 보여

신흥산유국ㆍ선진국 모두에 치명적

美-中 악재 겹치면 엄청난 후폭풍

바레인의 오일펌프. AP 연합뉴스
바레인의 오일펌프. AP 연합뉴스

저유가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돼 왔지만, 지금은 ‘너무 싼’ 기름값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 다른 요인들과 맞물리면서 신흥 산유국들의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그 파괴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5달러까지 떨어져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 실패 이후 불과 2거래일 동안 8.3%(3.43달러) 급락했다. 이날 런던시장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역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40.73달러까지 떨어졌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현물 가격도 38.3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 지 가늠이 어렵다는 점이다. 원유 생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산유국들이 벌이고 있는 ‘치킨게임’을 접고 스스로 감산에 나서지 않는 한,

OPEC의 다음 회의인 내년 6월까지 공급과잉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유가와 상관도가 높은 달러의 향방을 좌우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이란의 원유생산 재개를 결정지을 이달 중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보고서 ▦미국 셰일원유 생산업체들의 한계상황 도달 시점 등 불확실한 변수들이 너무 많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20달러까지 간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온다.

신흥 산유국들은 초비상 상황이다. 산유국의 대표주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 타격으로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10월 한달 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만 3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석유로 구멍 난 국고를 메우기 위한 비상 조치다.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적 산유국들의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중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저유가로 인한 살인적 인플레이션 탓에 16년 만에 좌파정권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급기야 걸프지역 6개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그동안 고수해온 무세금 정책을 포기하고, 향후 2~3년 내에 부가세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금과 같은 저유가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거라는 관측이다.

원유를 수입하는 선진국들에게도 저유가는 대형 악재다. 장기 불황에 따른 저물가로 고심 중인 상황에서 저유가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물가상승률이 뒷받침돼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저유가로 낮아진 물가는 경제 전반의 활력 자체를 앗아갈 처지다. 저유가가 전세계의 생산과 소비 수요를 줄이고 또다시 원유수요를 줄여 유가수준을 더욱 낮추는 악순환이 현실화된다면 저유가발 글로벌 경제위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역시 저유가 장기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체 수출의 58.2%를 차지했던 신흥국 경제가 붕괴될 경우, 저유가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무색해진다. 실제 올 들어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과 중동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51%, 12%씩 급감했다. 최근 활로를 모색 중인 석유화학ㆍ조선ㆍ건설ㆍ해운 등 주력 산업들의 구조조정 역시 아예 반등의 토대마저 잃을 수 있고, 0%대 소비자물가가 이어지면서 고조됐던 디플레이션 우려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자원개발 기업들의 부채 급증에 직면한 신흥산유국들이 저유가 심화로 연쇄 부도를 맞을 경우,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후폭풍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