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경쟁에서 중국에 밀렸던 일본이 반격에 나섰다. 중국이 저렴한 건설비용을 앞세워 공략하던 인도 고속철 건설 수주건을 이번엔 일본이 따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오는 11~13일 인도 방문 때 양국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고속철인 신칸센(新幹線)을 현지에 건설하는 방안을 합의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8일 보도했다. 건설구간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州) 뭄바이와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를 잇는 505㎞다. 현재 이들 구간을 이동하려면 8시간이 걸리지만 시속 320㎞ 속도의 신칸센을 이용하면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인도정부는 이번 노선을 시작으로 7개 노선에서 인도 최초의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양국은 12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정식 계약을 체결한다. 1조8,000억엔(약 17조1,600억원)에 달하는 총사업비 중 절반이 넘는 1조엔(약 9조4,600억원)을 인도에 공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외에서 일본의 신칸센 방식이 도입된 사례는 2007년 개통한 대만이 유일하다. 1964년부터 운영돼 고속철의 원조로 불리지만 해외수주 실적은 저조한 게 사실이다.
신칸센의 특징은 속도 자체보다 안전성에 있다. 일본은 차량과 선로운행 시스템과 같은 관련기술을 대거 인도에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동일본여객철도(JR동일본)과 가와사키 중공업, 히타치 등 일본기업 연합이 공동수주를 목표로 참여한다. 2017년 착공해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일본의 신칸센에 대한 자부심은 유별나다. 최근 난징(南京)대학살 관련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에 반발해 유네스코에 대한 분담금 지급을 유보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일본 내에서 “그 돈으로 해외에서 고속철 수주 사업에 집중하라”는 냉소적 비판에 언급될 정도다. 언론에선 “중국이 신칸센 기술을 모방해 해외에서 일본을 이기고 있다”며 무서운 속도로 따라온 중국에 큰 위협을 느껴왔다. 일본과 중국의 고속철 경쟁에서 지난 9월 미얀마 정부가 중국안을 선택했고, 신칸센 수출을 겨냥한 베트남에서는 5조엔에 이르는 건설비용에 대한 반대론이 나와 국회에서 부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프라 수출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신칸센을 상정한 아베 정부는 인도건을 계기로 정상외교를 통한 ‘고속철 세일즈’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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