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전 수석부사장인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간담회
국제금융계의 양대 신용 평가기관 무디스 수석부사장을 지낸 뒤 최근 한미 우호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은 토머스 번 회장이 “이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이 받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8월 취임한 번 회장은 7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충분한 보유외환과 대외채권으로 한국은 외부 금융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번 회장은 그러나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소규모 개방경제’인만큼 미국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이 한국에 영향을 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국 채권시장은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 강도는 큰 충격이 예상되는 다른 신흥국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의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원화의 환율조작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원화 환율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출 때문이 아니라 수입 감소 때문”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한국은행이나 한국 정부에서 환율을 조작한다고 여기지 않을 것” 말했다. ‘동북아 관련 정책세미나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을 삼을 때마다 한국이 함께 거론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이 대외 개방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 없듯, 북한 개방문제는 전적으로 북한 사람들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서도 “북한이 (AIIB같은) 기구의 회원이 되려면 금융제도의 투명성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북한은 여전히 경제보다 군사를 우선하는 정책을 쓰고 있으며, 북한은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토머스 허바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워싱턴의 친일 성향 동북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한국 피로감' 우려에 대해 “미국 정책당국자 사이에서 ‘한국 피로감’이 존재한다는 징후는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피로감’이란 한일 역사문제에서 한국이 완고한 자세를 보여, 미 당국자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주장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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