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옷처럼 배우에게 착 들어맞는 캐릭터가 있다. 배우가 연기를 잘 했기 때문일 수도, 캐릭터와 일체(一切)여서 배우 자체가 작품에 녹아 들었을 수도 있다. 배우 지진희는 SBS 주말극 '애인있어요'에서 두 가지 모두가 들어맞았다. 연기는 물론 실제를 보는 듯한 캐릭터에 녹아 든 모습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멜로 장르에서는 보기 힘든 속도감, 지진희를 비롯한 김현주, 박한별, 이규한 등 배우들의 호연이 초반 3%대의 시청률로 조기종영 위기를 털어내고 6부 능선을 넘었다.
-국민 불륜남으로 불리다 상황이 역전됐다.
"처음부터 불륜이 아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시놉시스부터 그랬다. 오로지 해강만을 사랑하는 캐릭터였다. 상황이 헤어지게 됐을 뿐인데 마치 바람으로 보여졌을 것이다. 설리(박한별) 역시 순수한 사랑이었다. 때문에 드라마에서 해결해야 했던 부분이 초반에 너무 셌던 불륜 이미지를 벗어야 했다."
-그동안 반듯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불륜남 이미지의 부담은 없었나.
"앞서 캐릭터들이 그렇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 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야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반전도 없었을 것이다. 전작 캐릭터들이 큰 도움이 됐다. 누가 봐도 뻔한 건데 하기 싫었을 수 있지만 감독과 작가가 잘 풀어냈다."
-지진희가 보는 최진언은 어떻나.
"남자라면 다 싫어할 인물이다. 나 역시 남한테 피해를 주고 받는 걸 안좋아하는데 진언이에게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이었다. 이 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해강이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었다. 또 안타까운 점은 설리였다. 박한별에게 연기하며 '미안하다, 내가 죽일 놈이다' 자주 얘기했다."
-왜 멜로 장르였나.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보니 재미있었다. 내 나이에 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뿐더러 30, 40대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절절한 멜로 드라마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김현주의 1인 2역 연기는 어땠나.
"보기에 따라서는 1인 3역이기도 하다. 김현주가 거부감 없이 오버하지 않고 연기를 잘하고 있다. 캐스팅은 완벽하다. 김현주의 장점은 상대 배우까지 생각해 함께 끌고 가는 힘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규한도 굉장히 고마워할 것이다. 최문석 감독이 현장에서 김현주에게 굉장히 칭찬을 많이 한다."
-김현주와는 두 번째 호흡이다.
"김현주는 연륜에 비해 더 기대가 되는 게 있다. 배우로서 부럽고 존경스럽다. 2004년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때도 호흡이 좋았다. 이후에 또 함께 연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번에 만났다. 우리끼리 나중에 또 만나면 얼마나 재미있는 호흡이 나올까 하는 얘기를 한다."
-극중 인상적인 장면은.
"벽돌 담벼락신과 해강이와 비를 맞은 장면이다. 또 해강이가 물 속에 뛰어드는 장면을 보며 진언이가 얼마나 아픔을 줬나 생각했다. 작가와 감독, 촬영감독의 노력이 있어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모두가 같이 노력해 좋은 장면이 나왔다."
-멜로 연기의 비결은.
"사실 연기를 잘 못한다. 다른 배우들처럼 연기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서 잘 모른다. 여전히 알아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예전보다 나아졌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30대 대표작이 '대장금'이었다면, 40대 대표작은 '애인있어요'가 아닌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맞는 것 같다. 다른 작품들이 (대표작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대장금' 때는 이병훈 감독이 시키는데로 연기했다. '애인있어요'는 감독, 작가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힘을 써 연기했다."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눈빛임신남(눈빛만으로 임신한다는 뜻)', '심장폭행남(심장을 자극하는 매력남)' 등 과격하고 센 별명이 많더라.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구나 생각하니 재미있다. 하지만 무서운 얘기 같아 좀 예쁜 별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반응에 비해 시청률은 한 자릿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듯 하다. 다만 시청률을 떠나 다양한 기기로 드라마를 본방시청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고맙다. 처음에 3%에서 시작해 9%도 찍고, 7%대인데 너무 고맙다. 몇 주전부터 시청률 추이는 보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이 더욱 즐겁게 볼 수 있게 연구하고 있다."
-아내도 드라마를 보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너 진짜 나쁜 놈이다'며 욕했다."
-CF 욕심은 없나.
"수익을 내야 해 앞으로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성사되면 먼저 얘기하겠다. 하고 싶은 종목은 많다. 내가 했어야, 제일 잘 어울리는 광고가 있는데 왜 아닐까 싶은 것들이 있다. 같이 성장하는 광고를 하고 싶다. 기업에 어울리는 스타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젊음 유지 비결은.
"이미숙 김희애 선배를 보니 끊임없이 노력하셨다. 나 역시 운동부터 식이 등 관리하고 노력한다. 오늘 아침도 너무 힘들고 졸린데 운동하고 왔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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