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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돈 유혹에 막장 못 끊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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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돈 유혹에 막장 못 끊은 MBC

입력
2015.1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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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처(김희정)와 후처(전인화)가 한 집 살이를 하고 있는 설정의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 MBC 제공
본처(김희정)와 후처(전인화)가 한 집 살이를 하고 있는 설정의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 MBC 제공

요즘 TV 드라마 장르는 두 가지로 나뉜다. ‘막장이냐, 아니냐’다. 로맨스나 코미디처럼 막장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굳어져버렸다. 불륜, 출생의 비밀, 온갖 악행 등이 뒤섞여 있다면 바로 그게 막장드라마다.

이런 드라마를 버젓이 방영하는 공영방송사들은 “막장드라마는 시청률과 광고판매가 보장된 달콤한 유혹”이라고 고백한다. MBC는 자신이 잉태한 임성한 작가를 퇴출시키고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를 품에 안았다. 당장이야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이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이 달콤하겠지만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무너뜨리는데 한몫 할 게 분명하다. 끝도 없이 재생되는 스토리와 자극에 자극을 더한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막장의 유혹이 언제까지 방송사에게 꿀이 될 수 있을까.

양승준 기자(이하 양)= “막장드라마는 어쩌다 한 두 회만 봐도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라제기 기자(이하 라)= “막장드라마는 반복이 심하고 코드가 똑같다. 소수의 등장인물이 모든 것을 다한다. 100명 이상은 돼야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10명 안에서 나온다.”

강은영 기자(이하 강)= “방송 환경도 막장드라마를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전제작 시스템이 안 돼 있기 때문에 막장에 막장을 더한 드라마들이 속출한다.”

조아름 기자(이하 조)= “시청자층의 이탈도 없다. 그것을 믿고 방송사에서 기고만장해 좀 더 자극적이고 작가 마음대로 가게 두는 것 같다.”

강= “MBC에서 퇴출당한 임성한 작가가 회당 3,000만원을 받았다. 100부작짜리 일일극을 쓰면 고료 30억원이다. 김순옥 작가는 전작인 ‘왔다! 장보리’가 30%를 넘는 시청률을 올리면서 ‘MBC의 효녀’가 됐다. MBC로서는 임 작가 수준의 작가료를 지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MBC가 임성한을 보내고 김순옥을 키운 꼴이다.”

조= “‘금사월’이 막장 저품격 드라마라면, 고품격은 노희경 작가 등의 드라마다. 그런데 고품격 드라마들이 시청률에서 힘을 못 쓴다. 시장성만 본다면 방송사에서 막장 작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라= “‘아내의 유혹’은 구은재(장서희) 정교빈(변우민) 신애리(김서형)가 삼각관계였다. ‘금사월’은 신득예(전인화) 오민호(박상원) 최마리(김희정)의 윗세대와 금사월(백진희) 강찬빈(윤현민) 오혜상(박세영) 아랫세대로 2개의 삼각관계가 존재한다. 악한 캐릭터도 여민정(‘왔다! 장보리)이나 신애리(‘아내의 유혹’) 한 명에서 강만후(손창민)와 오혜상 두 명으로 늘었다. 김 작가는 ‘금사월’에서 자기복제를 한 단계 더 악화시켰다.”

지난달 29일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에는 방송인 유재석이 비서, 화가, 연예인 등 1인3역으로 출연했다. MBC 제공
지난달 29일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에는 방송인 유재석이 비서, 화가, 연예인 등 1인3역으로 출연했다. MBC 제공

조=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의 역할 중 하나이다. 그러나 김 작가의 드라마들은 인간이 가진 악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측면을 부각해서 보여준다. 생각지 못한 악이 등장한다.”

양= “김 작가뿐만 아니라 막장 드라마들이 큰 줄거리가 아니라 하나의 에피소드로 매회를 채워가다 보니 시트콤처럼 단순한 웃음이나 유치한 장난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강= “유재석의 출연이 그렇다. 드라마에서 유재석을 섭외한다거나, 그를 위해 작가가 대본을 다시 썼다는 건 작품성에 대해선 단 1%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즉흥적이고 장난스러운 오락성에 치우친 결과다.”

조= “가장 무서운 게 신득예가 무려 30년 이상 복수를 위해 꾹 참고 산다. 아예 손창민 애까지 키우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칼을 가는 모습이 그 자체로 섬뜩하다.”

강= “비뚤어진 인간상을 보여주는 게 너무 극단적이다. 공영방송에서 이런 걸 보여주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문제다. 자극의 강도가 점점 세지면서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라= “그렇다면 막장드라마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

조= “통쾌함 아닐까. 권선징악이 극적으로 드러나니까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양= “최근 20~30대에선 임 작가에게 그랬던 것처럼 ‘금사월’의 다음 회나 결말을 예측하는 블로그가 인기다. 지난 주 금사월이 길을 가다가 납치를 당하는 장면은 거의 순간 이동이었는데, ‘마술사 이은결 저리가라 기법’이라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강= “‘금사월’은 지난 10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도 받았다. 극중 최마리가 강만후와 재결합하기 위해 자녀들 앞에서 자살시도를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혼외자식을 바꿔치기 하는 등 비윤리적인 줄거리 때문이다.”

조= “올 초 MBC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압구정 백야’ 등 비윤리적인 드라마를 집필한 임 작가와는 드라마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 버금가는 드라마를 쓰고 있는 김 작가와의 협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 “그런 측면에서 tvN ‘응답하라 1988’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톱스타나 막장소재 없이 지상파 방송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광고가 완판됐다. 노동자들의 실상을 담은 ‘송곳’(JTBC)도 종편이 만들었다. 결국 공영방송들이 콘텐츠 개발을 제대로 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라= “방통심의위가 지상파에 더 엄격해야 한다. MBC는 좋은 드라마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막장 코드가 먹히니까 계속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비정상적인 한국방송의 현실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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