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장 경주화백센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농협하나로마트도 장소 제공
지역 상인들 “대형마트에 받히고 땡처리에 치이고… 어떻게 공공기관이” 원성
연말 행사처럼 열리는 의류 ‘땡처리’ 업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방 중소도시에도 전을 펴는 바람에 지역 영세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이 호텔이나 운동장 등 그 동안 주로 열어온 장소는 물론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컨벤션센터나 농협의 하나로마트에서도 이벤트를 하고 있어 논란이다.
지역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구 시민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재고의류 판매전이 열리는 등 지난달부터 대구와 경북 포항시, 김천시, 경주시 등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특히 경주지역에선 각종 국제회의와 전시ㆍ박람회 등을 주목적으로 한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에서도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의류 재고처리 전문업체가 실내전시장에서 의류판매전을 열어 지역 중소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외명품과 국내외 유명 아웃도어브랜드 제품 등 1, 2년 이상 재고상품을 저가에 판매하자 지역 상인들은 “이월상품이지만 똑 같은 브랜드 제품을 권장소비자가에서 70~90%까지 할인 판매하면 우리는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며 “한번 이런 행사가 지나고 나면 몇 달 동안 옷이 팔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상인들은 이벤트 장소가 사실상 경주시가 운영하는 컨벤션센터라는 점에서 더욱 격앙하고 있다. 한 지역 중소상인은 “어떻게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시컨벤션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하이코가 지역 경제를 죽이는 땡처리 업체에 장소를 임대해 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이코에서 이런 행사를 하려면 관련조례에 따라 경주시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컨벤션 관계자는 “업체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임시 사용을 허가 했는데 지역 상인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앞으로 유사한 행사에는 대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중ㆍ하순엔 포항에선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클럽 양덕점에서 의류 땡처리전이 열려 인근 상인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하나로클럽 측은 포항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판매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주차장 1개 층을 의류 판매대로 운영했다가 결국 경찰에 고발당했다.
하나로클럽 인근에서 옷가게를 하는 박모(55)씨는 “농협이 운영하는 마트면 당초 설립 목적대로 농민을 위한 우리농산물 판매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주차장에서 불법으로 영업하다 적발돼 경고를 받고도 배짱 장사를 하다 결국 고발당하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지역 유통가에는 수년 전부터 급성장한 아웃도어 시장이 정체하면서 할인판매나 상설할인점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재고물량을 넘치고 있고, 이를 털어내기 위한 의류 땡처리 전이 30~40%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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