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 59개… 6년 만에 최저
수출 11개월 연속 감소해 무역 1조달러 달성 실패
무협 ‘한국 수출 4.0시대’ 보고서 발간
“해외활동 통해 부가가치 창출” 새 전략 제시
올들어 수출이 11개월 내리 감소하면서 1억달러 수출 탑을 수상한 기업이 6년 만에 가장 적은 59개에 그쳤다. 수출의 탑은 새로 발굴된 신규 우량기업에만 주는 만큼 수상 기업 감소는 곧 우리 수출 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수출 전략을 바꾸는 무역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2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상을 받은 기업은 지난해 1,481개에서 대폭 줄어든 1,328개다. 특히 수출기업의 훈장 같은 1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기업이 지난해 95개에서 38% 줄어든 59개에 그쳤다. 이 상을 받은 기업은 2008년 106개까지 늘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직후인 2009년 59개로 급감했다.
기업 최고상인 150억달러 수출의 탑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34% 증가한 SK하이닉스가 받았고 현대제철과 르노삼성자동차가 각각 50억달러 수출 탑과 20억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특히 패션 뷰티기업들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기업인 최고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선전하면서 지난해 5개에 그쳤던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이 올해 40개까지 늘었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로 올해 정부에서 목표로 잡은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에 실패하는 바람에 행사장은 예년처럼 들뜬 분위기가 아니었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4년만에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어려워졌다”며 “정부는 새로운 수출 지역과 품목을 발굴해 수출을 다변화하고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재계와 전문가들은 우리의 수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한국수출 새로운 4.0시대를 열어라’ 보고서를 통해 우리 무역이 해외 경제활동을 통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선 수출을 물량 위주에서 부가가치 중심으로 개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한국의 총 수출액 중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비중은 2011년 기준 58.3%로 세계 10대 수출 국가 중 가장 낮다. 따라서 해외이전이 어렵고 모방이 힘든 '지식기반 자본' 등 국내에서 담당할 수 있는 생산요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주력 제품의 교체도 필요하다. 우리가 주력으로 꼽고 있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선박 합성수지 등 수출 10대 품목은 유지기간이 평균 22년에 이른다. 앞으로는 노동 자본집약 품목보다 제약, 의료기기, IT·비즈니스 서비스, 신소재, 항공우주 등 기술 및 아이디어 집약 산업, 한류와 아이디어를 결합한 명품 소비재 등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수출 대상도 선진국보다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개도국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도국 공급망 구축 및 기업 간 협력을 통해 현지 진출을 강화하고 유망시장인 아시아에서 현지 소비자를 위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중산층, 도시화,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남북 경제협력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초기 창업기업(스타트업)의 경우 아예 창업 단계부터 국내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본 글로벌’(born global) 전략을 펴라고 권고했다. 또 국내생산 방식 이외에 무(無)공장 제조업, 전자상거래를 통한 기업과개인(B2C)간 수출 등 수출방식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국제경제 환경을 탓하기 보다 세계 경제 흐름 꿰뚫는 글로벌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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