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6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28.1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파리 테러 이후 고조된 반(反)이민ㆍ이슬람 정서가 승리의 밑바탕이 됐다. 이로써 마린 르펜 FN 대표는 2017년 대선가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지방선거 최종개표 결과 FN이 본토 13개 선거구 중 6곳에서 승리하며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FN의 득표율은 2010년 지방선거(11.4%)의 2배가 넘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공화당(LR)을 비롯한 우파진영은 28.05%로 2위를 차지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사회당은 24.86%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번 지방선거는 파리 테러 이후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선거이자 201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고 있어 주목을 받아 왔다. 선거 결과를 두고 지난달 13일 130명의 사망자를 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와 올 한해 유럽을 덮친 난민 위기, 10%가 넘는 실업률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등이 FN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르펜 대표는 2017년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르펜 본인은 물론 그의 조카도 이번 선거에 출마해 각각 40%가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르펜 대표는 TF1 TV와의 인터뷰에서 “FN이 이제 프랑스에서 가장 큰 정당이며 의회를 대표하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프랑스 르몽드를 비롯 유럽의 유력지들은 사설을 통해 투표 결과에 우려를 나타냈다. 르몽드는 “FN의 이념이 민주 공화제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영 가디언은 “극우정권을 막으려면 사회당 공화당 후보가 통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관심은 오는 13일 치러질 결선투표 결과다. FN의 압승이 예상되자 집권 사회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2곳의 결선투표에서 후보를 사퇴시키고 SR 후보를 지지키로 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다른 당과의 연합이나 자당 후보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극우 저지 연대’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1972년 결성된 FN은 이민 배척과 국경 관리 강화, 유럽통합 반대 등을 주장해왔고 줄곧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이면서 프랑스 유권자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낙태와 동성애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등 극우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전략을 취한 결과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으로 올라서는 등 지지세를 넓혀 왔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