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건강 스낵 위해 국산만 고집
450여 농가와 계약… 감자생산 직접 관리
가격 안정화·소득 향상에 큰 도움
어린이 경제 교육 등 봉사도 활발
“기업이 직접 국산감자 구매에 발벗고 나서는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농사 지으라고 선급금도 주고 단가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농민들 입장에서 도움이 많이 되죠.”
전남 나주 공산면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노경두(58)씨는 4년 전부터 농심과 구매계약을 맺으며 얼굴에 주름살이 펴졌다. 노씨는 35명의 농부들과 함께 50만평 규모의 감자밭을 일궈 여기서 나오는 감자 중 1,200톤을 매년 농심에 공급하고 있다. 노씨는 “수박과 밭벼농사도 지어봤지만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아 감자 농사를 시작했다”며 “농심과 거래하며 재배량도 많이 늘었고 어떻게 하면 더 품질 좋은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지 노하우도 함께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1978년 사명을 바꾼 농심이 국내 감자 농가를 살리기 위해 선두에 섰다. 농심의 발자취가 곧 대한민국 스낵의 발전사라고 자부하는 만큼 감자에도 일가견이 있는 기업이다. 농심은 1972년 ‘감자깡’을 선보이며 감자를 스낵으로 재탄생시켰다. 1980년 국내 최초로 생감자 스낵 ‘포테토칩’을 출시했고 1990년에 감자연구소도 세웠다.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춘 뒤 더 건강하고 맛있는 감자스낵을 만드는 데 관심을 돌렸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산 수미감자로 만들어 내놓은 프리미엄 감자칩 ‘수미칩(2010년 출시)’과 ‘입친구(2014년)’가 그 결과물이다. 가정에서 즐겨 먹지만 가공이 어려워 그동안 제품화하지 못했던 수미감자는 일반 감자보다 당분이 10배 높고 고소한 맛도 더하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산 냉동감자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국산 감자로 만든 과자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지난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 동반성장위원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감자연구회 등과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ㆍ동반성장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농심은 5년 간 국산 생감자와 ‘신라면 블랙’, ‘떡국면’ 재료인 한우 사골 등 농축산물 14만1,000톤을 구매할 계획이다. 이는 2013년 구매한 2만400여톤보다 7배 더 많다. 특히 국산 생감자의 경우 지난해 1만6,200톤에서 2020년 2만6,000톤 규모로 수매량이 늘어나게 된다.
농심은 450여개 농가와 계약을 맺고, 국산의 감자 재배부터 저장,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따라서 농가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동시에 과자의 맛과 품질 역시 유지할 수 있는 기업과 농촌의 모범적인 상생 모델이 되고 있다. 농심은 작년 12월 출시한 ‘수미칩 허니머스타드’가 한 달 만에 360억 봉지가 팔리자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의 한 달 거래 양과 맞먹는 국산감자 6,000톤을 추가로 구매한 적도 있다. 이는 당시 대풍으로 폭락했던 감자 가격 안정화와 농가 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농심 임직원들의 지역사회 봉사도 활발하다. 사내의 ‘경제교육 동아리’가 벌이고 있는 어린이경제교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임직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이라서 더 뜻 깊다. 2003년 이 동아리를 만든 손근학 사회협력팀장은 “단순 제품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라면과 과자를 만드는 회사로서 어린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없을까 고민한 끝에 시작했다”며 “한 번 해본 직원들은 뿌듯한 마음을 잊지 못하고 학교 반응도 좋아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교육 국제 비영리단체인 JA코리아의 사전 교육을 받은 임직원 100여명이 농심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의 대방초와 대영초에 매년 직접 찾아가 학생들과 만난다. 이틀에 걸쳐 5시간 진행되는 이 교육은 학년별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농심의 경제교육을 받은 학생만 누적으로 1만여명에 이른다.
이밖에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꾸린 농심 사회공헌단은 서울, 안양, 안성, 아산, 구미, 부산, 녹산 등 사업장이 있는 곳에서 ‘맞춤형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 일부를 모아 만든 ‘해피펀드’는 제품 기부와 복지기관 시설 보수, 급식 봉사 등 다양한 지역사회공헌 활동의 재원이 되고 있다. 2007년 5월부터 현재 누적금액이 8억원을 넘어섰다.
신라면도 사회공헌 활동의 좋은 도구가 되고 있다. 농심은 연말이면 어김없이 사랑의 신라면을 들고 불우이웃을 찾는다. 지난해 12월 농심은 서울 동작구 사회복지시설과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에 신라면 3,000박스를 기부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 상생경영의 핵심은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위한 공존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성장하는 공동의 행복”이라며 “내년에도 업계 최고 수준의 국산 원재료 구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 여러가지 상생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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