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평화 집회ㆍ시위의 싹은 틔웠다.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당초 우려와 달리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되면서 평화적인 집회 문화의 이정표가 될지 모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이라는 고질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광장과 종로, 대학로 등에서 6시간 넘게 진행된 2차 집회에서 폭력과 충돌은 없었다. 대규모 집회의 당연한 수순이던 현장 연행자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1만 송이의 카네이션이 서울 도심을 수놓았다. 5대 종단(불교 개신교 성공회 원불교 천도교)을 대표해 장삼과 가사를 두른 스님, 예복을 갖춘 사제와 교무, 인권을 상징하는 빛깔인 보라색 스카프를 맨 신도 등 500여명은 꽃을 들고 한 줄로 서울광장 인근을 걷는 장관을 연출했다. 서울광장 집회 후 무교로를 시작으로 종로 일대와 대학로,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1만4,000여명이 3.5㎞를 3시간여 지나는 동안 경찰은 본연의 질서유지 임무에 충실했다.
경찰이 금지 통고한 2차 집회를 허가하라는 법원의 결정은 경찰과 주최 측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6일 “‘집단적인 폭행 및 협박 등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지 않다’는 법원의 허가 사유가 시위대와 경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1차 집회 후 주최 측, 경찰 모두에 쏟아진 양비론도 변화를 이끌어낸 요인이었다. “청와대로 진격하라”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자” 식의 선동적 구호는 이날 자취를 감췄다. 1차 집회 당시 참가자들 바로 앞에 차벽을 쳐놓고 이들을 자극했던 경찰 역시 주요 경찰력과 장비를 서울광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배치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단 한 차례 휴전으로 평화집회의 정착을 예단하긴 어렵다. 검ㆍ경이 엄단 의지를 밝히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전히 서울 조계사에 피신 중이고 16일 예정된 총파업과 19일 3차 민중총궐기대회까지 휘발성 강한 이슈가 수두룩하다. 집회ㆍ시위와 관련한 갈등 전 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중립적 대화체 기구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책 수혜자와 정부, 공권력 주체인 경찰 사이의 다자 협력 체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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