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름 자욱하면 안도의 한숨
서방 전폭기 공습 횟수 현저히 줄어
“매일 아침 창 밖을 보며, 폭우가 몰아 치길 기도한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 사는 아부 하디(50ㆍ가명)는 요즘 아침 하늘에 구름이 자욱하면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악천후일 때, 서방국 전폭기들의 공습 회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주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날 간만에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하디는 “보통 일어나면서 밝은 햇살과 즐거운 새 소리를 기대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서방국들의 맹폭에도 불구하고, 락까 시민들은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락까 시민들이 비밀 온라인 연결망을 통해 보내오는 메시지와 IS를 피해 락까 탈출에 성공한 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FT는 락까 시민의 삶을 생생하게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리 테러 이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와 영국도 ‘대 IS 공습 작전’에 적극 참여하면서 락까는 하루에도 수 차례 화염으로 뒤덮인다. 길을 걷다 누군가 하늘을 바라보기만 해도, 주변은 공습 공포에 휩싸인다. 잦은 공습 탓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누가 공습을 하는지’ 식별하는 방법이 잘 알려져 있을 정도다. 러시아 전투기는 미사일 발사음이 들리지만, 미국 전투기의 경우 미사일이 폭발할 때까지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아 쉽게 전투기의 국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서방국의 대규모 공습이 정작 IS와 상관없는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락까 시내 마드라삿 하틴 광장에서 IS는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토바이 절도범의 손목을 잘랐는데, 잠시 후 11개 이상의 폭탄이 광장에 떨어졌고 어린이 5명 등 12명이 사망했다. 살렘(가명)은 “운이 좋아 오늘 폭격이 없더라도, 내일 2배, 3배의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삶도 피폐해 지고 있다. 공습이 격화되면서 락까로 유입되는 식량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지난 주 락까 시내 경유 가격은 평소 두 배에 달하는 배럴 당 4만 시리아 파운드(약 45만원)로 치솟았다.
폭격 속에서도 일상의 작은 희망 찾기는 계속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주 공습이 한 차례 휩쓸고 간 날 저녁, 아마드(가명)는 조촐한 약혼파티를 열었다. 비록 빛과 소리가 문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음악과 조명을 최대한 줄인 파티였지만,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마드는 FT에 “죽음을 각오한 행동이었지만,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었다”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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