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 미정…당당하게 조사받을 것”
조계사 “독단적 이기주의” 불만 토로
신도회 “물리적 충돌 일어날 수도”
경찰, 공권력 투입 자제 속 압박 고심
5일 평화 집회 보장과 자진 출두를 연계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입장을 바꿔 ‘버티기’에 들어갔다. 경찰 출두 명령에 이어 종교계와의 약속마저 지키지 않는 모습에 진보진영에서도 여론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6일 본보와 통화에서 “오늘 내로 한 위원장이 경찰에 출두할 계획이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퇴거 시점이 언제가 될지 미정이지만 (시기가 되면) 당당하게 나가서 조사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 위원장이 피신 중인 조계사 관음사 주변은 외부인 출입이 봉쇄된 채 종일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고, 스스로 자진 퇴거를 약속했으며, 경찰 경비를 뚫고 외부로 도망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자진 출두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 위원장 거취에 대한 장고가 길어지자 종단과 경찰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전날 오후 7시30분과 오후 11시15분 두 차례 한 위원장을 만나 거취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도법 스님은 이날 오후 11시30분쯤 한 위원장을 한 차례 더 만나 다음날 새벽까지 논의를 이어갔다.
조계사 측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약속된 날짜에도 거취 표명을 하지 않는 등 독단적 이기주의로 흐르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박준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은 “한 위원장이 나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지난 번과 같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위원장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사법당국의 강경 대응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 측은 이대로 경찰에 자진 출두하면 이달 계획한 총파업 등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로선 공권력 투입을 고려하지 않지만, 장기 피신을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또 한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 적용까지 검토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은신이 장기화되는 걸 막기 위해 1차 폭력시위 수사를 토대로 민주노총에 대한 압박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악화하는 여론을 우려하며 마냥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진보 시민단체 관계자는 “약속 시한이 지나서도 사법권을 무시한다면 5일 평화 집회로 노동계에 유화적이었던 여론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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