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유틸리티차량(SUV)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온 소형 SUV들의 공이 크다. 운전이 편하고 가격까지 적당한 소형 SUV가 넓혀 놓은 시장에 대형ㆍ럭셔리 SUV들이 파고들고 있다. ‘SUV는 디젤’이란 통념을 깬 가솔린 SUV의 선전도 심상치 않다. 그만큼 내년은 SUV의 전성시대가 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UV 군단 출격
막강한 프리미엄 세단 라인업을 구축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일 전북 무주군 덕유산리조트에서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더 뉴 GLE’와 ‘더 뉴 GLC’를 공개했다. GLE는 부분변경, GLC는 종전 GLK의 완전변경 모델이다.
GLE를 몰고 덕유산리조트에서 무주군 머루와인동굴까지 약 18㎞를 운전해 봤더니 엔진힘이 좋으면서도 승차감이 편안한 SUV였다. 9단 자동변속기와 상시 사륜구동시스템(4매틱)이 적용돼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다만 내부 디자인은 이전 모델들과 큰 차이 없다. 터치식이 아니어서 불편한 내비게이션도 그대로다.
GLE의 전신인 M클래스는 프리미엄 SUV 시장을 개척한 차다. 1996년 미국에서 처음 생산된 이후 현재까지 160만대 이상 팔리며 메르세데스-벤츠 SUV의 최고 성공작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 더 뉴 GLE 250d 4매틱과 350d 4매틱 2개 트림에 고성능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AMG GLE 63 4매틱도 선보인다. AMG 가격은 1억5,200만원이다.
뉴 C클래스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GLC는 완전변경 모델답게 차체가 커지며 새로운 차로 거듭났다. 9단 자동변속기에 4매틱, 최첨단 서스펜션인 ‘에어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 등이 적용됐다. C클래스의 모던하고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이어받은 내부는 한 체급 위인 GLE보다 낫다. 220d 4매틱은 6,470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 하반기 ‘SUV의 S클래스’로 불리는 플래그십 모델 GLS와 GLE 쿠페까지 출시하는 등 총공세를 펼 계획이다. 드미트리스 실리카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아직은 전체 판매량 중 SUV 비중이 7%이지만 내년 말까지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가솔린 대형 SUV도 통한다
북미처럼 국내에서도 커다란 덩치에 가솔린 엔진을 가진 SUV들이 질주하고 있다. 포드의 7인승 대형 SUV ‘뉴 익스플로러’가 대표적이다. 전장 5,040㎜에 전폭 1,995㎜로 국내에서 팔리는 SUV 중 차체가 가장 큰데도 엔진 배기량이 2,261㏄에 불과하다. 운전에 전혀 불편이 없고 힘도 모자라지 않는다. 최초로 적용된 2.3ℓ 에코부스트 엔진 덕이다. 익스플로러는 트윈 터보 시스템과 가솔린 직분사 기술의 조화로 최대출력 274마력을 뿜어낸다. 토크는 기존 3.5ℓ 모델보다도 15% 이상 높아진 최대 41.5㎏·m다.
각종 조작 버튼을 디스플레이로 구현한 첨단 센터페시아와 자동으로 접히고 펴지는 3열 시트도 편리하다. 독일차에 비해 가격(5,600만원) 경쟁력도 갖췄다. 익스플로러는 올해 10월 전체 수입 가솔린차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익스플로러 못지 않은 체구를 가진 혼다의 대형 SUV ‘올 뉴 파일럿’도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엔진 배기량(3.5ℓ)과 차체를 감안하면 복합연비(8.9㎞/ℓ)가 준수하다. 지난 10월 국내 시장에 뛰어든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한 게 흠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북미에서 많이 팔려 국내 들어오는 물량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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