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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특파원이 보내온 23일 간의 시드니 체류기

입력
2015.1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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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드니’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관전기가 ‘시드니’란 제목으로 새롭게 번역ㆍ출간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관전기가 ‘시드니’란 제목으로 새롭게 번역ㆍ출간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림픽 열기가 한창 달아오른 2000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포츠 그래픽 넘버’란 잡지의 요청으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다. 직함은 특별 취재원. 하루키는 23일간 시드니올림픽을 취재하며 매일 400자 원고지 30매씩의 글을 썼다. 작가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기관총처럼 키보드를 따다다다 두드리며” 써 내려간 올림픽 관전기 ‘시드니!’(비채)가 새 번역으로 출간됐다. 2008년 ‘승리보다 소중한 것’이란 제목으로 나왔을 때 누락되거나 축약됐던 부분을 살려 원고지 100여매 분량이 늘어났으며 번역도 원문의 뉘앙스에 좀더 가까워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달리기 마니아인 작가는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으로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한편, 지구 반대편 낯선 도시의 매력을 특유의 유머와 감수성으로 전달한다. 개막식에 등장한 말을 보고 “그 긴 개막식 행사가 끝나도록 어떻게 한 마리도 똥을 안 싸는 거냐, 똥 참는 훈련을 받은 거냐”고 묻고, 시드니의 코알라 번식센터를 보고는 “코알라에게 포르노라도 보여줘서 욕정을 느끼게 하는 거냐”는 의문을 품는다.

모든 종류의 미화를 거부하는 작가가 전하는 올림픽 풍경은, 매스미디어가 부추기는 억지 감동과는 달라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현장에서 100m 달리기를 보니 빠른지 빠르지 않은지는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 우리가 느끼는 것은 다부진 근육의 한 무리 선수들이 눈앞에서 무언가 한계를 향해 도전한 것 같다는 어렴풋한 인식뿐이다. 하지만 모두 끝났을 때, 선수들의 표정과 동작에서, 그 허탈감이나 양동이 바닥을 뚫을 듯한 환희에서, 그들이 얼마나 빨리 달렸나 하는 것을 그제야 우리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감동 같은 것이 쫙 밀려온다. 이것은 뭐랄까. 그렇지, 일종의 종교다. 가르침이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경기 리포트, 남북한 선수 동시 입장에 대한 인터뷰, 올림픽 공식후원사인 삼성의 휴대전화 이야기 등 한국과 관련 내용들을 마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만화가 이우일씨가 그린 100여컷의 일러스트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드니'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드니'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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