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협상 기간 절반이 지나도록 논의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참가국 정상들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이후의 신 기후체제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실무협상에서는 각자 자국의 이익을 고수하며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협상 실무진이 모인 신 기후체제 협상회의(ADP)에서 각국은, 당사국 총회 사상 처음으로 기후변화 전문가들로부터 주요 쟁점에 대한 중재안을 받기로 결정했다.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고 싶은 의장국 프랑스가 꺼내 든 고육지책이다. 한국 협상단 대표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기존 협상원칙까지 깨면서 프랑스가 전문가 중재안을 요청한 것은 국가 간 의견차이가 커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개막 이후부터 논의해 온 ADP 협상문서와 전문가 중재안은 지난 5일 프랑스에 전달됐다. 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고위급 회의에서는 이를 토대로 신 기후체제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된다. 각국이 9일까지 협상을 완료하면 10일 파리 의정서(또는 합의문)를 채택한 뒤 11일 공식 폐막하는 것이 남은 일정이다. 현재까지로는 고위급 회의에서도 쟁점에 대한 논쟁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쟁점은 크게 4가지다.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의 법적 구속력 여부 ▦INDC 이행 점검 방식 ▦개도국에 대한 기후재원 마련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억제 목표 강화 등이다. 대체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 구도지만 쟁점 별로 각국은 자국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ㆍ군소도서국연합(AOSIS)은 INDC에 국제적 구속력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미국, 중국 등은 반대하는 상황. INDC의 이행 점검 방안과 관련해서는 개도국들은 신 기후체제에서도 선진국만 점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선진국들은 개도국도 받아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기후재원과 관련해 개도국은 2020년 이후 재원 마련 시기와 규모를 이번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반면, 선진국은 “명확히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토 침수로 수십 년 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몰디브ㆍ투발루ㆍ나우루공화국 등 AOSIS 39개국 중심으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기존 2도에서 1.5도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의견 차이가 여전하고 폐막 까지 남은 시간도 빠듯하지만 전문가들은 파리 총회가 성과를 낼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세인트루시아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ㆍ과학ㆍ기술개발부 제임스 플레처 박사는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 적극 나서는 등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어 합의 도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최재철 대사는 합의 형태에 대해 “외교적으로 강한 의무를 부여하는 의정서(protocol) 대신 그보다 의무가 덜한 합의문(agreement) 형태로 결과나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리=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